즈가리야 예언서에 나타나는 가난한 메시아의 사명을 살펴보고자 한다. 즈가리야 예언서는 유배기 이후에 선포된 예언이며 그 내용상으로 보아서 1~8장과 9~14장이 역사적 배경과 문학 유형상으로 여기서 큰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에 원즈가리아와 제2 즈가리야로 나누어 내용을 살펴야 한다.
원즈가리야(1~8장)는 일인칭 일기체로 여덟 가지의 연속적인 환시로 이루어져 있다. 환시는 하느님이 특히 예언자들에게 어떤 사실을 내적으로 보게 하시는 것으로 계시의 한 방법이다. 즈가리야서( 기원전 520∼518년)는 여덟 가지 환시 사이사이에 예법의 말씀으로 백성들을 격려하고 있다. 그리고 메시아에 관해서 점진적으로 전개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에게 회개를 부르짖고 있다. 먼저 예비적 단계에서 시작되어 이스라엘 공동체의 내적 쇄신을 거쳐 마지막으로 완전히 새로 나는 것으로 옮아간다.
제2 즈가리야(9, 1~14, 21)는 종말론적 성격과 메시아 시대에 대한 예언성격을 가진 설교집이다. 그 내용상으로 볼 때 평화의 임금이 오시는 메시아적인 환시가 나타난다. 이를 신약의 네 복음사가는 성지주일에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서 여기서 겸손한 왕을 발췌하고 있다.
원 즈가리야에 나타난 하느님은 지상과는 좀 떨어진 분으로 나타나 현시를 통하여 말씀하시나 그 이상은 드러내 보이지 않으신다.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난 하느님의 현현은 하느님의 개념을 영성화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이제 이스라엘이 갖은 시련 끝에 지금도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가 라는 실존 깊숙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질문과 함께 하느님의 존재(存在)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야훼께서 메시아 시대를 여신다. 백성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앞세워 그 징벌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로를 주면서(1, 4~15) 그것을 합당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회개해야 한다고 권고하고(1, 3) 메시아 시대의 복지사회를 펼쳐 새 희망을 고취시킨다. 따라서 성전 건립과 종교의식에 대한 올바른 질서를 정립하는 것이 구원을 고대하는 구체적인 표현이며 응답이라는 것이다. 악인들은 셈 바칠 때가 왔으며(5, 4) 이제 구원은 눈앞에 다가왔다. 모든 인류는 하느님 앞에 합류할 것이며(8, 20~23), 메시아에 대한 대망이 즈루빠벨이 사라진 뒤 대사제 여호수아에게 집약되면서 신약의 그리스도 안에 완성되었음을 예시한다(히브 3장).
제2 즈가리야서는 신약에서 취하게 될 미래 메시아의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그 하나는 겸손하신 메시아께서 어린 새끼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겠고(9, 9~10), 두 번째로는 미래의 예루살렘 주민들에 관한 것으로 하느님의 영으로 변모된 그들이 마치 맏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듯 메시아의 죽음을 슬퍼 할 것이다(12, 10~11). 여기의 메시아는 이사야 52, 13~53, 12의 고통받는 야훼 종의 넷째 노래와 완전히 일치하는 인물이다. 그의 희생은 회개(12, 10)와 정화(13, 1)의 원천이 될 것이며, 이 여정에는 실패와 좌절로 점철됨을 우리에게 명심시키고 있다. 제2 즈가리야에서 나타난 대속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는 즈가리야에서 다시 돋보이게 하여 우리의 순례적 삶에서 좌절과 고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늘 등대처럼 비추고 있다
즈가리야의 메시아 사상은 신약성서와 초기 그리스도교가 예수님과 그분의 업적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이렇듯 즈가리야서는 전체적으로 볼 때 가난한 메시아는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알게 한다. 그리고 메시아는 언젠가 오리라고 고대되는 이상향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참 임금, 진정한 평화의 임금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창문을 활짝 열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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