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에이즈로 떠오르는 땅 아프리카 잠비아, 지난 11월 잠비아를 다녀온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후원회」 나 레오노라 수녀는 다시 안타까운 기억에 빠져드는 듯 눈망울이 흐려졌다. 한국에서 약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어떻게 들었는지 수천명이 몰려들어 아우성치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던 것이다. 목숨과 직결돼있기 때문일까, 이들에게 이런 소식은 전화보다도 전파속도가 빠르다.
약이라고는 정부에서 주는 아스피린 외에는 본 적이 없는 주민들에게 항생제와 주사제 등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죽어가는 환자를 들쳐업고 이틀밤을 꼬박 걸어 수녀원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스터, 아임 헝그리. 기브 미 머니』
어디를 가든지 언제 나타났는지도 모를 아이들은 마를 대로 말라, 보기도 안타까운 얼굴로 손을 벌렸다. 아이들이 이렇게 낯선 외인들에게 구걸해 얻는 1달러는 이들의 한 달치 양식값이 된다.
『한평생이라고 해봐야 평균수명이 35살인데다 그나마 살아있는 시기 대부분을 에이즈 등 병과 씨름해야 하는 그들의 삶은 눈으로 보면서도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나수녀가 가난의 땅에서 보고 온 것은 아픔의 현장만이 아니었다. 올 7월 21일 솔웨지교구 땀부(Ntambu)에서 120병상 규모의 병원 부지 기공식과 축복미사가 봉헌된 후 잠비아는 새로운 희망의 여정을 이어오고 있었다.
맨손으로 황토를 이겨 흙벽돌을 찍어내고 흙손이 없어 나무판자로 시멘트를 개어 발라야 하는 사막과 같은 부재의 현장, 수녀까지 나서 망치로 바위를 깨뜨려 자갈을 만들어내는 역사(役事)에는 하느님이 함께 하고 계심이 분명했다. 돈을 준다 해도 마다하던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서 하나둘 늘어나면서 언제 건물이 올라갈지 걱정하던 기억은 지워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아예 완공 시기를 앞당겨 잡아야 할 지경이다.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모습 속에서 저희들이 그들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셨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주일이면 1천여명에 이르는 이들로 붐비는 성당, 돌아올 해에 파종할 종자를 함께 봉헌하고 축복하는 예식을 지켜보며 나수녀는 잠비아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하느님 영토임을 되새겼다.
내년 3월이면 땀부에 문을 열 간호학교와 무푸리라(Mufulira)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농업학교와 호스피스 클리닉도 잠비아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게 했다. 이 모든 것이 잠비아에 파견돼 있는 9명의 수녀들이 몇 년 새 일궈온 희망의 결실이다.
이런 가운데서 이뤄지는 성소계발은 희망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여정이다. 이들의 도움으로 이미 지난 2001년 첫 서원을 한 현지인 수녀 2명이 무푸리라에서 고아원 원장으로, 수련장 보조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4명의 새로운 청원자가 같은 길을 걷고자 나섰다.
『저희는 밑거름이 돼야 할 존재일 뿐입니다. 저희를 통해 이 곳 사람들이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면, 그래서 하느님나라를 함께 맛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어진 일에 묵묵히 힘쓰며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긴다는 다짐으로 희망을 캐러 오늘도 현장으로 달려가는 수녀들, 그들의 살갗과 표정이 현지 주민들을 닮아갈수록 잠비아는 희망에 무게가 더해가는 땅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도움주실 분=(02)773-0797∼8, 454-001401-02-201 우리은행 예금주 : 아프리카 잠비아 선교후원회(나 레오노라 수녀)
▲ 땀부에 세워지고 있는 「간호학교」 건설현장을 돌아보는 마리아 수녀.
▲ AIDS와 홍역으로 땀부 보건소에 입원중인 아이와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