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던 사람은, 그 사람이 떠나고 없어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법인가 보다. 고통스럽고 극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풍겨나는 밝고 아름다운 글을 전해온 이재경(세례자 요한.서울 당산동본당)씨는 지난해 자신을 사랑하던 많은 이들을 멀리한 채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 1년6개월. 신앙안에서 참사랑을 나누며 산 그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아름다운 한 청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널리 알리자는 뜻에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하늘로 올라간 세발자전거」(고 이재경/도서출판 우리글/295쪽/9000원). 이 책은 이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인의 글과 사진을 모아 펴낸 추모집이다.
고 이재경씨는 35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인터넷상에서 병상일기를 통해 네티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했다. 특히 위암수술을 받은 이후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얻은 신앙적 깨달음과 기도, 묵상 등을 서울대교구 가톨릭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 게시판에 올려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었다. 골수팬(?)들은 『그가 수술 직후부터 「어머니의 기도」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투병수기는 여느 소설책보다도 깊은 감명을 주었다』고 입을 모은다.
『병원에 제 생존을 부탁드릴 때, 제가 가진 환경은 하루 세 끼의 식사와 화장실 겸 세면장, 그리고 손에 움켜진 묵주와 성서 책이 전부입니다. 실상 제게 필요한 것은 그 세 가지-음식과 배설과 믿음…, 저는 그것만으로 생활할 수가 있습니다. …제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로 인하여 슬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일에는 충분히 슬퍼하시고 때가 되면 다시 유쾌하게 일어서십시오. 하느님을 원망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더라도 그런 슬픔은 닥치니까요』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글 중에서).
그는 어린 시절을 성당 마당에서 컸고, 대학 시절에는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이후에는 청년연합회 활동을 하며 길지 않았던 삶의 대부분을 신앙생활에 헌신했다. 그를 지켜본 신부들과 교우들 중에는 미혼인 그가 늦게라도 사제의 길을 걷길 바라는 이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데려가길 원하셨을까. 그는 지난해 7월 14일 부르심을 받고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사랑하는 이들과 힘든 이별을 준비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다시 만날 날까지 못난 친구를 대신해 지켜주고 축복해 달라고 하느님께 간청한다』는 강재흥 신부의 소개글이 보태져 책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줬다. 한편, 이 책의 판매수익금은 호스피스운동을 위한 기금 마련에 쓰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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