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는 대통령 선거에 관한 기사로 하루가 시작되고 저물어 갑니다. 모두가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라와 국민보다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욕심, 첫째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는 것 같습니다.
민주화 이후 양 김씨의 분열이나, 지난 5년간 한 일이라곤 사사건건 비판 외에 한 일이 별로 없는 야당의 지도자, 그리고 최근 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씨 같은 철새들. 이들은 입버릇처럼 외쳤습니다. 나라와 국민, 정의와 경제 발전을. 그러나 이들이 진정으로 이러한 것들을 원했다면 그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이 바로 자신들이 앞세운 그럴듯한 논리가 거짓임을 보여 줍니다.
물론 정치인들에게 나라와 국민만 위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바라는 바는 권력 욕구와 가치 사이의 균형을 바라는 것입니다. 어느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둘 사이의 균형 잡힌 감각을 가지게 될 때, 때로는 나라와 국민이라는 대의를 위해 첫째가 되고자 하는 자신의 욕심을 상대화할 수 있을 것이요, 그럴 때 이들은 다른 이를 위한 아름다운 조연의 삶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표나지 않는 조연의 자리와 음지의 삶을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좀더 성숙하고 합리적인 사회로 변화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에 이어 계속해서 세례자 요한의 자기 증언을 듣게 됩니다.
요한은 「그가 누구인가」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그리스도」도 「엘리야」도 「그 예언자」도 아니라고 하면서 자신은 『나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대로 「주님의 길을 곧게 하여라」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라고 대답합니다.
이 말씀을 예수님과 관련하여 해석하면 자신은 예수님의 공적 활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누군가의 오심을 준비하는 사람, 이는 오시는 분에 비해 감추어져야만 하는 조연의 삶, 주변의 삶입니다.
그리고 「소리」라는 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소리는 이내 사라지고 마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문자에 비해 불완전합니다.
아마 요한은 이 정의를 통해 예수님에 비해 너무나 불완전하고 허무한 자신의 본 모습, 인간 존재의 한 면을 고백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러기에 이 말씀은 조그만 재주를 앞세우고, 모든 것에서 주인공의 역할만을 탐하는 우리에게 하나의 경종을 울리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 후반부에 나오는 『나는 이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릴 만한 자격조차 없는 몸이오』라는 말씀도 충격적입니다.
신발끈을 풀어 드리는 것은 종의 역할입니다. 그러기에 이 말씀은 나는 그분의 종도 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당시 세례자 요한은 메시아로 존경받기도 하고, 또 승천하셨던 엘리야라고 생각되던 인물이요, 예수님과 같이 설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이 사람들의 여론을 뒤로하고 자신은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릴 만한 자격조차 없는 몸이라고 고백합니다. 물론 이 말씀은 실제로 요한이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마 그것이 더 현실성 있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말씀을 실제로 요한이 했는지 아니면 초대교회의 해석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왜 복음사가가 이 말씀을 요한의 입을 빌려 표현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아마 복음사가는 그리스도의 오심을 위해 우리 신앙인들이 해야할 역할을 알려주기 위해 이 말씀을 요한의 입을 통해 고백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세례자 요한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2인자의 역할을 자임하는 것, 스스로 주장하고 자랑할 것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연을 위한 조연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 모든 이가 찬사를 보내는 양지의 삶이 아니라 예수님을 위해 음지와 주변의 삶을 받아들임, 이것이 예수님의 다시오심을 위한 우리 신앙인의 삶이라고 말입니다.
성탄을 준비하고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절. 작은 음지의 자리와 조연의 역할을 스스로 선택했던 세례자 요한의 모습이 우리가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계절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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