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적 관상생활을 통해 하느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베네딕도회 회원들. 이러한 베네딕도회의 영성을 구현하는데 앞장서온 성베네딕회 왜관수도원이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한국현대사의 영욕(榮辱)을 함께 하며 교회와 사회의 큰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다져온 왜관수도원의 이형우 아빠스를 만나 보았다.
- 설립 50주년을 맞아 아빠스로서의 감회.
▲저희 수도원 설립 50주년 희년 행사에 김수환 추기경님을 위시하여 8분의 주교님과 여러 성직자와 수도자와 신자들이 참석해 축하해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한 인간으로서도 그렇듯이, 한 공동체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무엇을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각자의 삶은 물론 공동체의 역사에서 하느님의 안배와 섭리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부 성 베네딕도는 규칙서 머리말에서, 『자기 자신 안에 활동하시는 주님을 찬미하며, 예언자와 함께 「마시옵소서 주님, 우리에게는 마시옵소서. 영광일랑 오직 당신 이름에 돌려주소서」하고 말씀하셨다』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저희를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특히 대구대교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우리 형제들이 1950년 부산에 와서 피난살이하던 시절에 대구교구장이셨던 최덕홍 주교님은 우리 형제들의 딱한 사정을 보시고 1951년 7월에 교구청 내에 거처를 마련해 주셨고, 그 후에도 서정길 대주교님에 이어 오늘의 이문희 대주교님에 이르기까지 대구대교구가 저희 수도원에 베풀어준 배려들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 50년 간 왜관수도원이 교회와 사회 발전에 대한 공로.
▲공로라는 표현에 부담이 갑니다. 저희가 한 일을 늘어놓고 자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희 선배들이 이루어놓은 것이니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것도 도리가 아닌 듯 합니다.
저희 수도원의 50년의 역사는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1950년대와 60년대까지 전반기에는 주로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6개군과 김천시에서 본당사목에 전념하면서 많은 성당과 공소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4개의 나환우 정착촌, 결핵요양원, 양로원을 하고, 왜관과 김천과 함창 등 3곳에서 남녀 중고등학교를 운영했습니다. 분도출판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학과 전례를 소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1964년에는 한국의 최초의 피정의 집인 왜관 피정의 집을 개원하여 영성적인 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1970년대부터는 한국교회가 성장하고 한국 사회도 모든 면에서 발전했기 때문에 본당에서 직접적인 사목은 점차 줄여가고 대신 영성적이고 교회 예술, 문화적인 분야의 발전에 한몫해 왔습니다.
- 향후 왜관수도원의 진로에 대해 한말씀.
▲저는 50주년 행사 동안에 이와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대답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생활의 내적 심화가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을 점검하여 내실을 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2009년 베네딕도회 한국 진출 10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 수도원은 뿌리를 두고 있는 북한 교회와 중국 교회에 윤리적인 책임을 갖고 있고, 그래서 중국 선교와 북한 선교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은 2008년에 북경올림픽, 2010년에는 상해 국제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여러 면에서 급속한 발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남북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경의선과 경원선이 연결된다면 이북도 변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북 선교와 중국 선교를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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