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 신비의 주년 다음으로는 주님의 성탄과 그 초기 공현을 기억하는 것보다 더 오랜 교회 행사는 없다. 이 시기를 성탄시기라 한다(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일반 지침 32항)』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 자칫 들뜬 기분으로 넘겨 버릴 수 있는 성탄시기, 그러나 교회 성탄 축제의 신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그에 앞서 성탄 전례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함을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각자 어떤 모습으로 성탄을 기념하든 핵심은 하느님 아들의 지상 파견이고 그를 통해 전달되는 하느님 사랑과 마음임을 깨닫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성탄시기는 구세주께서 선택된 유다 민족 뿐만 아니라 모든 백성에게 구원의 빛을 비추기 시작했다는 성서 말씀대로 모든 전례가 구세주와 구원의 기쁜 소식을 들었다는 「기쁨의 축제」로 표현되고 있다.
12월 25일에 예수탄생을 기념하는 데는 여러 설들이 있는데 가장 인정받는 가설은 「무적의 태양신 탄생축일」에 대항해 그리스도인들이 퇴폐적인 태양신 숭배 축제에 빠져 들지 않으려고 같은 날 성탄 축일을 지내게 됐다는 것이다.
모든 사제들은 성탄 축일에 세 번 미사(밤미사 새벽미사 낮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것은 로마 교황청 전례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교황 레오 1세(590~604) 때까지는 오전 9시쯤 베드로 대성전에서 단 한번 미사를 바쳤으나 5~6세기경부터는 베들레헴 전례를 모방하여 밤전례를 거행하게 됨으로써 밤미사가 추가됐다. 이후 6세기 중반에 들어 교황이 동로마 사람들을 위해 25일 새벽에 미사를 봉헌했던 것이 자연스럽게 성탄미사로 바뀌게 되었다. 이중 밤미사는 예루살렘서 시작, 로마까지 전해지면서 점차 많은 신자들이 참여하는 가장 성대한 미사로 정착됐다. 이 미사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탄생함을 전하는 루가 복음 2장 1~14절 내용이다. 이 내용이 낭독되는 이유는 예수님의 전체 생애, 즉 삶과 죽음의 중대 문제에 상응하는 역사 이전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벽미사는 목자들이 구유에 누운 그리스도를 맨 먼저 찾아가 경배했다는데서 「목자들의 미사」라고도 불린다. 이 미사 안에서는 빛에 대한 상징이 밤미사 때 보다 뚜렷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말씀의 육화를 강조하고 있는 성탄 낮미사 복음(요한 1, 1~18)은 성탄 축일의 정점을 이루는데, 아들이 아버지와 공동생명체이며 세상 창조의 공동 작업자임을 나타내면서 그리스도가 이방인으로 세상에 등장한 것이 아니고 온 세상은 영원으로부터 주님의 소유라는 것을 드러내려 한다.
성스테파노, 성요한, 무죄한 어린이들을 기리는 예수성탄 이후 3일은 로마의 가장 오래된 전례력들 안에 나와 있는 것으로 모두 4, 5세기에 형성되었다고 전해진다. 12월 30일 성가정 축일은 그리스도인의 모범적인 가정관을 전파하려는 경향과 맞물리며 19세기에 크게 확산됐으며 1893년부터 공현 다음 셋째 주일에 축일을 지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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