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화해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 속에 아기 예수의 탄생 동굴이 있는 예수 탄생 성당은 이스라엘을 찾는 순례객들이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장소가 돼버렸다.
새천년기 두 번째 성탄을 맞고 있는 이때, 베들레헴을 둘러싼 현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 대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베들레헴 현지 모습은 어떠한지 이스라엘에서 통신원 김재준(리노)씨가 그 소식을 보내왔다.
예루살렘 성지 주도권을 둘러싸고 유대인 팔레스타인들간 유혈분쟁이 발생한지 올해로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성탄을 맞은 베들레헴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둡고 춥다.
예수님의 탄생지를 찾아 베들레헴으로 발길을 돌렸던 순례객들 조차 베들레헴과 예루살렘 경계에 있는 이스라엘 검문소까지에만 가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베들레헴 순례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이스라엘 군대가 예수탄생성당 앞에서 순례객들의 입장을 제지하고 있다. 베들레헴의 많은 기념품 가게들은 거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고,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들과 그리스도교인들은 도시를 떠나고 있다.
여기에 양측의 첨예한 이해 관계는 한치 양보도 없이 서로 피를 부르는 유혈 사태로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보니 평화를 주러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지라는 베들레헴의 의미는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는 모든 공식적인 행사가 없을 것이라고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가 밝히고 있는 가운데 가톨릭 교회의 전통적 성탄 자정 미사만이 올해 유일한 행사가 될 전망이다.
의례적으로 12월 24일 성탄 자정 미사에는 아라파트 자치 정부 의장이 성탄 자정미사에 참석을 해왔지만 올해도 예상대로 이스라엘의 족쇄를 풀지 못했다. 이스라엘 정부측이 아라파트 수반의 미사 참석을 정식으로 금지 한다고 정식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팔 사태 이후 세 번째 이다.
실제적으로 지난 11월 23일 발생한 예루살렘의 자살 테러범이 베들레헴에서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이스라엘 군은 더욱 베들레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제평화단이 예수탄생성당의 벽주위에 모여 베들레헴 통제 해제와 포위공격 중단을 외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0년은 물론 지난해에도 로마 가톨릭 교회와 동방교회 신자들이 성탄 시기에 외부에서 베들레헴 미사를 참석하는 것을 허가해 왔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스라엘내 유다인과 팔레스타인간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00년 9월28일 지금 이스라엘 수상을 맡고 있는 아리엘 샤론이 동예루살렘 성전 산을 방문한 것이 계기기 됐다. 이 일로 인해 3일 동안 팔레스타인 24명이 숨지고, 520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태로 확산되면서 이슬람과 유다교 두 종교 모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 주권 문제는 폭발을 하게 된 것이다.
유다교 최고의 성지인 통곡의 벽과 이슬람교 3대 성지 중의 하나인 엘 악사 사원이 겹치는 이곳은 서로의 양보가 있을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샤론 총리가 이곳을 방문했다는 것은 결국 이곳이 이스라엘 땅이라는 것을 확인하려는 의미로 해석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베들레헴 순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탄생성당일 것이다. 순례객들이 방문 하게 되는 예수 탄생 동굴 위에 세워진 예수탄생성당은 531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완공한 이후 천년여 세월동안 1470여간이 잘 보존돼 왔었다. 회교도들 조차 이 성당을 참배하는 성스러운 곳으로 인식됐었기 때문이다.
▲ 예수탄생성당이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다.
39일간의 지루한 대치가 끝난후 성당 안에서는 40여개의 폭발물이 발견, 해체됐다. 성당 내에 있었던 무장 대원 중 핵심 인물 13명은 국외로 추방됐고 26명은 가자 지구로 이송됐으며 73명은 석방되는 기록을 낳았다.
사건은 2000년 대희년을 맞아 도로가 준비되고 호텔 건물들이 들어섰던 베들레헴 시가를 완전히 파괴해 버렸다. 성시를 이루던 많은 기념품 가게들은 거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고,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들과 그리스도교인들은 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경제는 유다인 팔레스타인 양쪽 모두 파탄 국면에 이르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실업률이 50%를 넘어섰고,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UN의 급식만을 기다린다. 또한, 이스라엘 군인들의 통제로 자치지구에서 이스라엘쪽으로 나오지 못하는 노무자들은 결국 가족과 함께 굶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을 맞고 있다.
팔레스타인들의 이스라엘내 실직과 팔레스타인 자치 지구 폐쇄 조치로 인한 손실은 하루 760만 달러에 달하며 2000년 10월 이후 지금까지의 총 손실은 33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스라엘도 상황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최대 수입원이었던 관광 수입은 90% 가까이 감소했고 실업률은 20% 이상 증가했으며, 1인당 소득도 7%이상 감소했다.
세상의 구원과 하느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인간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곳이 이렇게 피로 얼룩이 지고 있다. 어떻게 비통한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인가.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은 우리를 찾아왔다. 많은 이들이 피와 눈물을 흘리는 이 땅 베들레헴에도 그리스도의 성탄이 찾아왔다.
이 거룩한 탄생을 기념하며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스라엘과 베들레헴지역에 그리스도의 진정한 사랑이 넘치도록 기도해야 되지 않겠는가 생각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