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기도하고 일하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현존을 널리 알리며 베네딕도의 평화를 전하게 하소서. 이로써 저희 모두가 주님을 섬기는 학원에서 사랑의 감미로 수도생활에 나아가, 수도승과 선교사로서의 사명을 항구히 수행하게 하소서」
이는 성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설립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2월 13일까지 한 해를 「왜관 수도원 희년」으로 선포하며 봉헌한 희년 기도문 중 일부.
기도문에서 드러나듯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사도」라는 베네딕도회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온 왜관 수도원은 이제 설립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며, 외형적인 성장과 아울러 내적쇄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909년 독일 베네딕도회 오틸리엔 수도원 수도자들이 서울에 진출함으로써 시작된 한국의 베네딕도회는 한국 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 해왔다. 북한에 의한 연길과 덕원 수도원의 폐쇄, 수도자들의 피살, 옥사, 추방 그리고 6?25로 인한 피난생활 등 혹독한 어려움을 겪은 베네딕회 회원들이 왜관에 정착한 것은 1952년 6월. 당시 대구대교구장 최덕홍 주교의 제의를 받아들여 왜관과 낙산에서 본당사목을 시작하게 된다. 왜관 수도원 신부들은 복음선포와 성사집행외에도 6?25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민을 재정적으로 돕는 한편 식량과 옷, 약 등을 나눠주는 자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자선활동은 나환우 정착촌, 연화동 결핵요양원, 분도노인마을, 구미근로자문화센터 등의 건립에 토대가 됐다.
56년 1월에 원장좌 예속수도원으로 승격된 왜관수도원은 60년 분도출판사와 인쇄소를 설립, 기도서, 전례서 등의 출판을 통해 한국교회의 문서 선교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오고 있다. 특히 현대식 농장을 경영, 자급자족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이러한 농장 경영의 현대화는 지역사회 발전에도 한몫하게 된다.
64년 2월 아빠스좌 수도원으로 승격. 그해 1월 복음화 활동의 일환으로 건립된 왜관 피정의 집은 지금까지 신자들이 수도원과 접촉하면서 신앙을 심화시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 최초의 피정의 집이기도 하다.
현재 왜관수도원은 왜관외에도 서울과 부산 등지에 피정의 집을 운영하며 신자들의 영적 성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밖에 왜관수도원은 분도가구 공예사와 유리화 공예실, 금속 공예실, 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를 통해 교회 예술 발전에 공헌해오고 있으며 가톨릭농민회와 신용협동조합 운동도 선도했다. 또한 학교법인 순심교육재단, 대구가톨릭신학원, 가톨릭교리통신교육회를 운영하며 교육에도 일정 몫을 담당해오고 있다.
87년 경기도 남양주군에 예속수도원인 요셉수도원을 설립, 한국적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의 정착에 애쓰고 있는 왜관수도원은 지난해에는 미국 뉴튼 수도원을 인수함으로써 「한국수도회로서는 최초로 외국수도원을 인수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50주년 기념식에서 이형우 아빠스는 『「왜관수도원은 부자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이는 외적으로 많은 건물이 있고, 다양한 사업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리 수도자 스스로가 청빈을 지키고 살고 있는지 반성해보라는 충고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안배와 섭리, 회원들의 부단한 노력, 많은 은인들의 도움으로 오늘날 규모있는 공동체가 된 왜관수도원. 한국교회에 필요한 기도와 노동, 친교의 생활을 개척하고 성숙시키는데 전력하고 있는 왜관수도원이 한국교회와 사회의 다양한 기대에 부응, 더욱 더 봉사하고 이웃을 섬기는 공동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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