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옛 이야기들은 촌티나고 옛티나고 오늘티가 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고향과 마음이 담긴 이 책의 언어들은 시와 노래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이자, 오늘을 넘어 내일로 가져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80년대 중반 「지란지교를 꿈꾸며」란 수필로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유안진(글라라.61.서울대 아동학과 교수) 시인이 8년만에 새 수필집 「옛날 옛날에 오늘 오늘에」(아침이슬/200쪽/8500원)를 펴냈다.
월간 「현대시학」에 연재됐던 우리 모국어에 얽힌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은 이 책에는 지은이가 30년 가까이 연구해 온 우리말과 노래를 포함한 우리네 삶의 풍경들이 구수하고 익살스럽게 펼쳐져있다.
책은 우리 삶의 정겨운 풍경을 담은 1부 「오오 그리운 촌티여」와 우리말과 노래에 관한 이야기인 2부 「노래 먹고 살아온 우리」로 이뤄져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자꾸 원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우리 고유어와 여러 비유법을 가슴 따뜻한 예화 안에서 살려냈으며, 2부에서는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노랫말에서 당대 사람들의 애환을 기억해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우리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지혜, 해학이 가득 묻어난다.
예컨데 「선생 똥은 개도 안먹는다 카던데 월매나 고단할꼬」(10쪽)에서는 글방 훈장님과 아이들간의 정겨운 사제지간을 그렸으며, 「고뿔이 들었는가 감환이 드셨니껴」(53쪽)에서는 「감기」의 순 우리말 표현인 「고뿔」 마저도 이젠 한자어 「감기」를 넘어 「콜드」로 표현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또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들은 가사도 가락도 가물가물한 자장가 「三冬 보릿고개 자장자장 우리아가」(129쪽)를 소개하며 「보릿고개가 따로 없어 늘 춥고 배고프고 섧기만 했던 우리 어머님들의 애환」을 회상했다.
이밖에도 책 곳곳에는 추운 겨울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듣던 옛날 이야기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고무줄 놀이 할 때 부르던 전래동요, 함께 논둑길을 달리던 친구의 목소리를 비롯해 「각설이 타령」과 「시집살이 노래」, 「난봉꾼 노래」, 「제사상 차리는 노래」, 「떡노래」 등 50여개에 이르는 우리 노래가 저자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아울러 책 곳곳에는 닥종이 인형사진이 보태져 책을 더욱 맛깔나고 정겹게 만들어 준다.
유안진씨는 『세계화 시대로 들어오면서 수적으로 약소한 우리 민족의 순수 모국어가 급속하게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우리가 지켜내야 할 모국어가 미래의 국제사회에서 더욱 멀리, 오래도록 그리고 널리 세계 언어로 파도치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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