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필승 코리아」 6월도 가고
편가르기 대선도 갔으니
우리들 아사지경에 이른 사랑
살려내어 앞에다 걸리고
세상 출입을 해야겠네
지난 해
사랑이란 사랑 다 비틀어지고
비쩍 말라버려
성당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햇볕
겨우 쬐고 있었거나
각자 집안의 선반 위에
얹혀 먼지 한껏 뒤집어 쓰고
있었거나
거두어 주지 않는 데
화가 난 것들
천주교회사 속에 들어가
어슬렁거리다가
공동 번역 성서 제 자리에 들어가
아예 글자로 바뀌어 있었느니
새해엔
버려지고 밀려 있는 사랑
찾아 달래어
밥을 챙겨 먹이고 옷도 좀 제대로
입혀서
세상 출입 시켜야겠네
부끄럽게도 아직
분단의 비극을 살아가는 나라
사랑이 일터 여기 저기와
길거리 동쪽 서쪽
주력이 되어 활동하고도 모자랄
지경인데
사랑이 은둔 처사로 있는 동안
불의와 부정이 주력이 되고
폭로와 뻔뻔이 무기가 되고
욕심과 차별이 방편이 되어
잘 보라 십자가 설 자리
십자가 저만치 내동댕이쳐져 있음을
종탑이 설 자리
장사꾼 거래가 성업에다 번창인 데
흔한 것을
새해엔
사랑을 앞에다 걸리고 나가
겉이 그럴싸한 사람들 골라
속에 가득한 「죽은 사람의 뼈와
썩은 것」 앞앞이 갈아넣어 주게하고
잔과 접시
그 겉만 열심히 닦아 내는 사람들
골라
속에 있는 착취와 탐욕도 닦아내는
것 곰살맞게 일러 주게 하고
형제의 눈 속
들어 있는 티 기막히게 잘 보는
사람 골라
제 눈 속의 들보가 얼마나 큰지를
알아보게 하는
아, 참으로 바쁜
참으로 제 자리 잡는
우리들의 새해가 되었으면 하느니
형제여 자매여
「오 필승 코리아」 6월도 가고
편가르기 대선도 갔으니
아사지경에 이른 사랑 살려내여
앞에다 걸리고
세상 출입하는 우리
되었으면 하느니
작가 약력
▲ 강희근(요셉)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데뷔
▲시집 [연기 및 일기], 저서[우리 시짓기]등 다수
▲공보부 신인예술상, 조연현문학상 수상
▲경남가톨릭문우회 회장 역임
▲현 경상대학교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