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와 안드레아가 하루 빨리 성당에 나와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축복해주세요』(3구역 수산나)
『늘 사랑으로 대해 주셨던 주님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려고 해요』」(안엘리사벳)
『성탄인데도 저는 예수님을 생각하지 못했던 죽은 신앙인이었어요. 작은 정성이나마 예수님을 위해 드립니다』(익명)
서울 문정2동본당(주임=김충수 신부) 성당에 신자들의 소망과 청원, 그리고 감사가 가득 담긴 성탄축하카드가 빼곡하게 들어찼다. 헝겊으로 손수 만든 선물포장지모양 카드, 부부가 함께 만든 하트 카드, 복사단의 성탄트리 카드 등 형형색색의 카드가 성당 양 옆 벽과 뒤에 걸린 채 신자들을 맞이한다.
본당은 대림?성탄시기를 맞아 전 신자를 대상으로 「예수님께 드리는 카드와 예물봉헌」 행사를 갖고 있다. 이번 행사는 개개인이 정성껏 만든 성탄카드에 예수님께 드리는 글을 적어 성당에 전시하고 물적예물과 함께 봉헌하는 것.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자신을 낮추고 다가가신 예수님의 뜻을 본받기 위해 봉헌된 물적예물은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본당이 이러한 행사를 마련한 것은 정작 주인공인 예수님은 사라져버린 요즈음 성탄모습의 반성에서 나왔다. 잊지 못할 은사나 친지, 여러 어르신에게는 연하장과 성탄카드를 보내면서도 정작 예수님께는 한번도 글을 쓰지 않던 신자들이 2002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한 마음으로 나선 것.
성탄을 사흘 앞둔 지난 22일, 대림 4주일에는 수백 여장의 카드가 성당 벽을 가득 채웠다. 자신이 봉헌한 카드를 옆에 두고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의 감회는 남다르다.
『올해 세례받은 신자인데 이렇게 신심 깊은 글을 써 놓다니…내가 참 부끄럽네』
평일 성체조배를 마친 한 신자가 카드를 들춰보며 가슴 뭉클한 내용이 참 많다며 당장 가서 가족과 함께 써야겠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본당 전신자가 참여한 이웃돕기 행사여서 더욱 뜻깊다. 1999년 분가 후 새 성당 건립에 몰두하느라 주위 어려운 이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 현실. 그렇기에 아직까지 본당재정이 여유롭지 않지만 이번에 모은 물적예물은 불우이웃에게 전액 전달하기로 했다.
김충수 신부는 『성체 조배 중 텅 빈 성당 벽을 예수님을 위한 선물로 채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면서 『영적예물인 카드와 물적 예물을 통해 우리본당 전 신자가 「아름다운 낭비」를 실천함으로써 새 집을 주신 예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성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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