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인 1963년 4월 11일 성목요일에 교황 요한 23세께서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발표하셨습니다.
교황 요한 23세께서는 평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셨습니다. 요한 23세께서는 평화의 필수 조건들을 인간 정신의 네 가지 요구인 진리, 정의, 사랑, 자유로 규정하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권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도 진정으로 인정한다면 진리가 평화를 이룩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실제로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이행한다면 정의가 평화를 이룩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자신의 요구로 느끼고 자신들이 가진 것, 특히 자신들의 정신적 심적 가치들을 남들과 나눈다면 사랑이 평화를 이룩할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한 수단을 선택할 때 사람들이 이성에 따라 행동하고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진다면 자유가 평화를 이룩하고 그 평화를 더욱 발전시킬 것입니다.
인간 기본권 증진
평화로 가는 길은 인간의 기본권을 옹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권은 특정한 사회 계층이나 국가가 부여해 주는 혜택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추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지대한 영향력을 지닌 생각이었습니다.
세계는 점점 더 상호 의존적이고 세계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인류의 공동선은 국제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인권과 자유, 평화에 이바지하는 실질적인 국제적 공적 권위에 대한 교황 요한 23세의 전망이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는 않았고, 국제 공동체는 여전히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에 대해 많이 주저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평화는 인간 존엄과 인권의 문제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민족 간의 평화와 조화, 그리고 전체적인 발전을 참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인류 가족의 새로운 헌법 체계를 만들기 위하여 협력해야 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정치는 하나의 인간 행위입니다. 따라서 정치 또한 특별한 도덕적 감시를 받아야 합니다. 국제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오늘날 중동과 예루살렘의 비극적인 상황만큼 정치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더 잘 보여 주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평화·진리 존중
평화의 활동과 진리의 존중은 서로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 제공, 평등한 법률 체계, 개방적인 민주 절차 등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분쟁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하며, 진실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추구하게 합니다. 이 모든 것은 항구한 평화를 위한 참된 전제 조건들입니다.
결국 평화는 본질적으로 구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법적·정치적·경제적인 면에서 평화의 구조나 장치는 물론 필요하고 또 존재하고 있지만, 그것들은 역사적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절망에 굴복하지 않은 사람들의 무수한 평화의 행위로 축적된 지혜와 경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교황 요한 23세 복자께서는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신 분이셨습니다. 분쟁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 보이는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믿음으로 사셨던 그분께서는 주저 없이 당시의 지도자들에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가지라고 호소하셨습니다. 이것은 그분께서 우리에게 남겨 주신 유산입니다. 올 2003년 세계 평화의 날에 우리 모두 그분과 같은 전망을 가지도록 결심합시다.
인류 역사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지금, 제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러한 희망이 저절로 샘솟습니다. 40년 전 「지상의 평화」가 말한 거대한 과제란 진리, 정의, 사랑, 자유 안에서 사회 생활의 상호 관계를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이는 곧 『개인들 사이의 상호 관계, 시민들과 정치 공동체들 간의 관계, 그리고 개인들, 가정들, 종교 단체들, 국가들간의 관계, 다른 한편 세계 공동체간의 관계들을 바르게 건설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시며, 『여기서 가장 고상한 과제는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 안에서 참된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으셨습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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