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때 읽은 책 중 예수님의 사랑에 대해 이렇게 정의해 놓은 책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예수님의 사랑을 「함께 하는 사랑」, 「손해 보는 사랑」, 「이유 없는 사랑」이라 정의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은 인간의 몸을 취하여 가난하고 천대받던 당시의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함에서 성장한 사랑이요,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 놓는 완전한 희생, 완전한 손해가 따르는 손해 보는 사랑이며, 사랑을 받을 만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인간을 사랑한 사랑이 예수님의 사랑이 가지는 특징이라 합니다.
짧은 정의였습니다만 사랑의 이유를 찾는 시대, 사랑마저도 손익 계산을 따지는 오늘의 우리가 예수님의 모습에서 본받아야 할 교훈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은 지난주 포도나무 비유에 이어 나오는 말씀으로 예수님께 머무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사랑의 계명을 전해 줍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보면서 특별히 12절에 나오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구절을 함께 묵상해 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먼저 주목해야 할 대목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란 구절입니다. 사실 사랑의 계명은 예수님만의 가르침이 아니라 이미 구약성서나 다른 종교의 창시자들을 통해 거듭 반복되는 가르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계명이 독특하고 새로운 계명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구절 때문입니다.
우선 이 구절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요한 13장 34절에 나오는 병행 구절을 참조해야 합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세족례 후에 새 계명으로써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 하여라』라는 오늘의 내용과 똑같은 계명을 줍니다.
그러기에 여기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란 말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행위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행위」입니다. 발을 씻어준다. 종들의 일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처럼」 이란 말은 일차적으로 「나는 종으로서 서로 봉사 하겠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봉사를 하겠습니다」라는 결심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이란 말은 예수님의 죽음을 가리킨다고 주석가들은 이야기 합니다. 즉, 「목숨을 바치면서 까지 제자들과 인간을 사랑한 사랑」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어리석은(?) 사랑」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 계명의 독특성을 볼 수 있는 구절이 바로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입니다. 혹자는 이 구절에 대해 혹평합니다. 오늘 2 독서에도 나옵니다만 요한이 우리에게 설파한 『서로 사랑하라』라는 사랑의 계명은 신자들끼리의 사랑, 그리스도인들 끼리끼리의 사랑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신학생 때 아름다운 요한의 사랑의 계명이 「서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처음 배우고 나서는 실망한 것이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원수도 사랑할 수 있어야 그것이 사랑이지, 자기들끼리의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끼는 것은 사랑은 본질적으로 편애적인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느님과 세상을 똑같이 사랑할 수 없어 어느 하나를 미워해야 하듯이, 가정을 위해 다른 남자와 여자를 나의 남편이나 아내와 똑같은 크기로 사랑할 수 없듯이 그렇게 사랑은 편애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요한의 서로 사랑에 대해 실망하는 이유는 한계를 가진 우리 인간이 너무 이상적이고 이론적인 원대한 사랑에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론적으로야 모든 이에 대한 사랑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계를 가진 인간이 실천적인 면에서 사랑의 구체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요, 거기서부터 모든 이에 대한 사랑은 시작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서로 사랑하라』는 이 말씀은 모든 이를 사랑하지 말라는 부정이 아니라 인류를 사랑하기에 앞서, 이론적인 사랑의 대상을 찾아 나서기에 앞서 나와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구체적인 나의 사랑의 대상을 먼저 사랑하라는 의미로 알아듣는 것이 어쩌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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