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영 중인 「오션스 일레븐」의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필자가 좋아 하는 감독 이기도 한데, 그의 매력은 이 영화처럼 액션, 스릴러 뿐 아니라, 문학, 사회적 이슈 등을 자유로이 게다가 훌륭히 넘나드는 데에 있다.
이미 「섹스…」로 이십 대에 영화 천재로 인정을 받은 그는 「카프카」나 「트래픽」,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 등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었다.
여기서 영화 천재라는 것과 필자가 평한 그 장점 사이에는 분명한 구분점이 있다. 작년도 아카데미 시상에서 그의 작품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 두 편이 동시에 수상 후보로 오르며 상을 나눠 가졌던 것도 상복 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에린 브로코비치」는 감독의 촌철같은 연출력이 돋보이는 드라마로서, 필자가 말하는 그 장점이 바로 우리나라의 수돗물 불소화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실화를 근거로 한 이 영화는 평범한 주부이던 주인공이 일을 하다가 우연히 독극물이 섞인 수돗물을 밝혀내고 오염원인 대기업과 맞서서 끝내 건강의 권리를 회복한다는 이야기인데 반해, 우리의 수돗물 불소화 운동은 국민건강을 위한 시민연대와 건치연의 치과의사들을 포함한 의식있는 의료인들이 언론을 포함한 비전문 수구 집단의 반대에 맞서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해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영화의 주인공 에린은 사회정의와 인권을 회복하는 영웅이 되고 부도 거머쥐게 되었지만, 우리의 불소화 운동은 치과의사들도 참여하여 개인적, 직업적 이익을 떠나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소더버그 감독의 역량은 한 개인을, 그것도 혼자 아이 셋을 키우며 살아가는 한 여인을 수 백 명의 지역 주민들을 독극물에서 구해내는 영웅으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그 와중에 우리 시대의 삐뚤어진 부와 권력, 영웅관과 개인주의, 인권과 생명조차 자본의 대상으로 삼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우리에게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우리 사회에서 보면 신 경제주의니 신 자유주의니 하는 말장난 범람의 시대에서 만들어진 용어를 생각하게 한다.
이제는 이런 영화가 보고 싶다. 수돗물 불소화를 실현했다는 결론을 담은 한국판 「에린 브로코비치」.
이를 위해 국민들의 치아 건강을 위해 불소를 첨가한다는 취지의 수돗물 불소화를 지지하고, 시행되기를 촉구한다.
이와 동시에,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등 의료인들의 법 지식은 물론, 사회 각 직종별 전문 법률가의 양성이 필요하다는 근본적이고 엉뚱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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