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인터넷, 영화, 광고… 대중매체들이 쏟아내는 수많은 내용들이 여과없이 전해지고 있다. 새 기획 「미디어 바로보기」를 통해 매스미디어의 해악을 지적하고, 복음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하고자 한다.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상한 버스 한 대가 나타났다.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해리 포터」의 개봉을 앞두고 거리 홍보에 나선 것이다. 10대들이 우르르 몰려가 해리 포터로 도배된 버스를 에워쌌다.
방송 만화인 「포켓몬스터」에 이어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원작 해리포터는 성인층까지 확보한다는 점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또 문득,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떠오른다. 낡은 운동화에 그토록 연연하고 달리기에 이기고도 슬픈 표정인 그 아이들과 해리 포터가 오버랩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일상에서 은밀히 벗어나 기상천외한 상상의 모험을 펼치는 해리 포터가 이 아이들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빠르고 자극적인 정서로 치닫는 이 세대에게 포켓몬과 해리 포터는 정확한 상업적 소도구를 가지고 출발하기에 흥행 성공은 당연한 것이다. 아직 영화의 뚜껑을 열어 보지는 않았지만, 전례로 보아 해리포터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상업화 전략에 초점을 맞추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한편, 천국의 아이들은 결국 신발을 얻게 되고 무한정 행복했을 것이다. 이러기까지 느린 속도로, 반복적인 점강법(漸强法)으로 애타는 동심을 그려내야 했다.
한 켤레의 낡은 오빠의 운동화를 여동생과 오전 오후반으로 번갈아 신어야 하는 등하교길은 도랑으로 둥둥 떠내려가는 운동화 한 짝을 애타게 쫓아 내려가는 소녀의 몸짓과 함께 압권을 이룬다.
이 영화에서 아무리 눈 씻고 찾아보아도 상업화할 것이라곤 없다. 낡은 운동화, 헌 구두, 단칸방의 빈약한 소도구들, 아버지의 고물 자전거가 전부다. 순수하지만 가난한 주인공들을 캐릭터 상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까?
이 영화도 분명 제작비를 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저예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영화를 무조건 상품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제작 환경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의 공식과 미디어 기술에만 의존하는 경향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문화 산업이 반(反)순수로 끝없이 전락할 우려가 있다. 여기서 신발은 하나의 화두로서 기능을 한다.
달리기에서 일등을 했지만 원하던 것은 얻지 못했고, 우리는 성공을 꿈꾸지만 행복을 종종 놓치며 살아간다. 빨리 지어서 빨리 무너지고, 마구 찍어내서 한 번에 반짝 팔아 해치우는 플라스틱 시대, 약속도 쉽게 깨는 세태에 잃어버린 신발을 찾기란 어렵다.
각각의 영화에서 감독들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차이가 있다. 영화 「나홀로 집에」 연작을 만들기도 한 해리 포터의 크리스 컬럼버스 감독은 아이의 주관을 분주하게 따라가고, 후자는 아이들을 한 발 떨어져서 관조하며 나를 반추할 수 있게 한다.
비밀스런 아이들만의 세계에서 모험을 감행하는데, 이 두 영화는 서로가 받쳐주는 강점들이 있어서 나란히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느린 것이 없으면 내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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