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22일. 강원도 원주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사랑의 집」에서 작은 잔치가 열렸다. 일년 간 갈고 닦은 연극과 노래,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학생들을 보며 이곳 노인들은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웠다.
강원도 원주지역 원주고, 원주여고, 북원여고, 진광고 등 4개 고등학교 자원봉사모임의 연합체인 「작은 등불」의 등불잔치 모습이다.
지난 97년 단 1명의 학생으로 시작된 작은 등불은 7년이 지난 현재 약 7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할 정도로 모임이 커졌다. 작은 등불을 거쳐간 학생 만해도 200여명. 「촛불 하나」라는 이름의 OB모임까지 생겨 후배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별로 조를 나눠 돌아가며 매주 한번씩 사랑의 집에서 청소, 빨래, 목욕, 설거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매월 둘째 주일에는 전 회원이 함께 하는 정기모임을 갖고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녀회 수녀의 지도 아래 인성?레크리에이션 교육 등을 한다. 여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도 참가하는 여름캠프를 열고 있다.
작은 등불이 오랜 기간 꾸준하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활동 덕택이다. 스스로 조를 짜 봉사시간을 정하고 청소와 설거지 등 봉사활동도 남녀 구분 없이 분배하고 있다. 또 수도회 수녀들이 모임을 주관하고 있지만 타종교신자?비신자 구별없이 참여할 수 있고 정기모임이나 봉사활동을 할 때에도 학생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가톨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기도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순수하고 자발적인 봉사활동에 수도회의 인성교육 프로그램까지 가미가 돼 학생들은 강요에 의한, 내신 점수를 따기 위한 봉사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오랜 기간 사랑의 집 노인들과 함께 하면서 자원봉사의 참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고 아울러 가톨릭이라는 종교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교하기도 한다.
또한 「작은 등불」은 올해 원주청소년자원봉사센터에서 주최한 자원봉사경연대회에서 김지석 주교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매년 자원봉사경연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모임을 담당하고 있는 나 레오나르드 수녀는 『가난하게 살다가 가난하게 돌아가시는 노인들과 함께 하는 동안 학생들 스스로 삶과 봉사의 참 의미에 대해 깨닫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다』면서 『작은 등불은 자원봉사를 통해 인성교육을 하고 아울러 비신자들에게는 간접적인 선교활동도 펼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독특한 사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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