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국내에서의 생명 윤리 논쟁은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까지 입법될 예정이었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다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교회의는 최근 낙태 허용 악법으로 지목되어온 모자보건법 관련 조항 폐지에 힘을 모으기로 했고 대한 의협이 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 대한 치료 중단 지침을 확정함에 따라 이를 임상 현장에서 적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국내 생명 문제를 둘러싼 과제와 전망을 살펴본다.
◇ 생명윤리법 제정 노력
생명윤리법이 수년간의 입법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무위로 돌아갔다. 생명공학계와 산업계의 집단 이기주의와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미흡한 대처로 연내 입법이 불가능해지면서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의원 입법 등의 차선책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입법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27일 세계에서 처음으로 라엘리안이라는 신흥 종교 집단이 세운 클로네이드사가 인간 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우려하면서도 설마 했던 인간 복제가 실제로 시도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는 생명윤리법안의 조속한 제정에 대한 공감대가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인간 복제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배아 복제 연구를 전면 허용할 것을 요구해온 생명공학계는 상당한 당혹감을 표시하면서 이로 인해 건전한 연구에 대해서도 선입견을 갖는 것이 우려된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 배아복제 연구 폐지
생명윤리법안의 핵심 논쟁점이기도 한 배아 복제 문제는 올해도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마련도 마련이거니와 배아 연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곧 법안의 성립까지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명공학계는 인간 복제 발표 파문에도 불구하고 배아 복제 연구를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배아 복제 연구는 살인 행위라는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을 관철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낙태건수 150만에서 200만건으로 전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은 우리나라의 낙태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는 유관 위원회 연석회의를 통해 본격 대응하기로 하고 2월 5일 「모자보건법의 문제점」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고 국회의장에게 국내 7개 종단 공동 성명서를 전달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올해는 모자보건법 제정 30주년이 되는 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어 주교회의를 중심으로 낙태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사형폐지 강한 의지
사형제도 폐지에 있어서도 7개 종단은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 폐지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사형폐지운동은 2000년에 밑거름을 뿌린 범종교적인 연대 운동이 한층 심화됐고 국민적인 여론이나 국회의원 등 입법부에서도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왔다.
비록 지난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사형이 제도적인 살인이라는 공감대가 이전에 비해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이 사실이다.
한편 지난해 대한 의협의 학술 모임인 대한의학회가 「임종환자의 연명 치료 중단에 관한 지침」을 확정 발표함에 따라 올해는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 문제가 미묘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교회는 윤리적인 허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임상 적용시 발생할 수 있는 자의성과 오판 등의 부작용을 배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새해에는 과학과 의학의 발달에 따라 점증하는 생명윤리 문제가 어떻게 결판이 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있다고 하겠다. 생명윤리법안의 입법이나 배아 복제 문제 등이 어떻게 방향지어지느냐에 따라 이후의 생명 윤리 문제가 판가름날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시점에서 교회는 다른 이웃 종교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을 위한 연대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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