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 교리서가 「물로써 말씀안에 다시 태어나는 성사」로써 정의하고 있는 세례성사.
세례성사의 의미
「~으로 던져넣다. 잠기다. 씻기다」의 뜻을 가진 밥티조(baptizo)에서 유래된 「세례」(洗禮), 즉 그리스도인의 세례는 모든 신자 생활의 원천이며 신앙생활의 역동성 목표를 발견할 수 있는 영성의 기초라 말할 수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1213항에서는 『세례성사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기초이며 성령 안에 사는 삶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다른 성사들로 들어가는 길을 여는 문』으로 정의하면서 이 세례를 통해 죄에서 해방되며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고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교회와 한몸을 이루어 그 사명에 참여하게 된다고 밝힌다.
세례는 또한 교회의 다른 입문성사인 견진.성체성사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례성사를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난 신자들이 견진성사로 굳건하게 되며 성체성사로 영원한 생명의 빵을 받게되고 그러므로 하느님의 풍부한 생명을 더욱 더 풍부하게 받게되고 완전한 사랑을 향해 나아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 세례가 신앙을 전제로 한 성사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늘 새롭게 지녀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신앙은 단지 세례를 위해서 뿐 아니라 세례로 시작한 신앙을 성숙시키고 완전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신자들은 믿음을 바탕으로 한 세례를 통해 모든 죄를 용서받고 새 사람이 되어 하느님 본성에 참여하게 되며 하느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로서 성령의 성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세상 안에서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며 구원의 도구로 살아가게 된다.
세례성사의 은총
세례성사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새 생활의 은총에 대해 신학자들은 「의화은총」, 「성화은총」, 「그리스도의 형상이 될 수 있음」 등을 꼽는다.
세례와 함께 원죄의 사함과 세례 전에 지은 본죄의 사함을 받은 신자들은 죄와 탐욕으로부터 오는 나약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세례성사로 인해 죄에 대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세례를 받기 전에는 죄와 유혹에 대해 항상 무방비 상태였지만 성사를 받은 후에는 죄와 악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승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것은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는 내용이다.
성화의 은총은 거룩하신 하느님의 신적인 본성에 참여하여 존재론적으로 거룩한 자로 탄생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마음 안에 삼위일체의 인호를 받음으로써 역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의 친교를 이루게 되는데 이렇게 존재론적으로 거룩하게 된 신자들은 또한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윤리적으로도 거룩해야할 의무가 있다.
또 세례 받은 사람은 그리스도의 인호를 통해 그리스도와 같은 형상이 되므로 그 형상이 본 모습을 지닐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 인호는 없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세례를 받을 수 없고 다만 회개와 함께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세례성사의 영성
세례성사가 갖는 은총과 영성은 무엇보다 평신도 영성의 기초와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생명을 증거하고 이와함께 사회안에서 살면서 복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도록 하는 세례의 은총은 사제직, 예언직, 왕직에 참여하며 교회와 세상 안에서 증거의 삶을 살아야 하는 평신도의 영성을 새롭게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세례의 영성은 또한 회개의 영성이다. 우리들로 하여금 사탄을 포기하고 그리스도를 선택하는 논리를 살아가도록 한다. 그래서 믿음의 성사인 동시에 회개와 포기를 일상화하는 성사라고도 불린다.
다른 성사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고해성사는 세례때의 순결함과 죄사함의 상태, 하느님과의 화해를 이루게 하는 세례성사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병자성사는 세례받은 사람이 중한 병에 걸려 있을 때 세례의 은총, 즉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은총에 참여하여 죄사함을 받고 믿음을 더욱 견고케 하는 영혼의 치유 성사라고 신학자들은 말한다.
한편 혼인성사는 세례 받은 신자들이 세상 안에 살면서 그리스도와 교회의 혼인관계와 같이 남편과 아내가 혼인관계를 통해 자녀를 출산하고 하느님 자녀로 양육하는 일을 하도록 필요한 은총을 주는 성사이다.
성품성사 역시 세례성사와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을 세례성사에 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성사 집전을 통해 세례 받은 신자들이 그 품위와 사명을 잘 보존하도록 이끄는 영적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성사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세례성사를 가톨릭 신자가 되는 통과의례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자주 묵상하며 그 은총 안에 살 수 있도록 마음에 새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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