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특히 지난해 전세계에 생중계된 성탄 미사에서 중동에서의 새로운 전쟁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전쟁이 테러와 싸우는 유일한 길을 아니라고 강조했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인 레나토 마르티노 대주교는 로마의 「라 레푸블리카」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교황이 이라크에 대해 「깊이 우려(deeply worried)」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청의 고위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내내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 의도에 대해 비난의 강도를 높여 『이러한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으며 비생산적이고 시민들을 초토화시키고 유엔의 협약들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해왔다.
교황청의 입장에서 이번 이라크 사태는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상황이 다르다. 걸프전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철수 거부로 인해 촉발됐고 이러한 행위는 교황청을 비롯해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무력 행사 계획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가 세계 평화를 해칠 수도 있다는, 추측된 위협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이는 전면전을 치르기에는 그 근거가 너무나 부족하며, 따라서 교황청은 유엔의 무기 사찰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무력 개입은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 미 해군 병사들이 1월 초 있을지도 모를 이라크와의 전투 준비를 위해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나라는 오직 영국 등 극 소수 국가들 뿐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공공연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아랍 국가들은 미국의 작전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
교황청이 특별히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사담 후세인을 축출하겠다고 공언하는 문제이다. 교황청에서 볼 때 이러한 종류의 명분은 유엔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것이며 국제 사회가 「정글의 법칙」으로 운영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라크 공격 지지자들은 국제적인 테러 행위가 「정의로운 전쟁」의 개념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하며 대량 살상용 생화학 무기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의 공격은 국가 자위권의 정당한 표현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황청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러한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인 레나토 마르티노 대주교는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은 명백하게 침공(war of aggression)』이라며 『그것은 정의로운 전쟁(just-war)의 개념에 수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엔 헌장 역시 예방적 전쟁의 개념을 수용하지 않는다.
일부 인사들은 전쟁과 폭력에 대한 교회의 기본적인 입장을 생각할 때 교황청이 결코 전쟁을 반대하는 것외의 다른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교황청이 어떤 일이 있어도 무력은 찬성하지 않는 극단적인 평화주의자라고 할 수는 없다.
한 나라가 국제적인 테러로부터 자국의 평화를 수호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것에 대해 교회는 동의하며 테러는 새로운 형태의 평화에 대한 위협임을 인정한다. 그 때문에 미국이 지난 2001년 테러분자들의 본거지로 간주되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군사 작전을 개시했을 때 교황청은 조건부이긴 하지만 지지를 표시했다.
하지만 교황청이 볼 때 국제적인 테러와의 전쟁은 군사적인 행동을 자동적으로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 이라크는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며 따라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신중하게 가려져야 한다. 교황청은 이라크의 경우 무게 중심은 반전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교황청은 테러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보다 신중한 안보 수단들의 강구와 함께 테러를 지원하는 재정적 통로를 단절시키고 테러를 잉태하는 사회, 정치적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예방적 차원에서의 이라크전은 교황청이 정의라고 여길 수 없는 요소들을 너무나 많이 포함하고 있다.
▲ 이라크 학생이 12월 31일 바그다드에 있는 한 학교에서 전쟁 반대라고 쓴 글을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