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수록 나의 사랑은 조용히 깊어가지만 이를 표현한 말은 그리 많지도 길지도 않은 듯 합니다. 하늘을 향한 기도의 말도, 사람을 향한 그리움의 말도 자꾸 짧아지고 단순해지는 것을 요즘은 부쩍 자주 경험합니다』
순수한 시심과 결 고운 서정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수녀회)가 신작 시집 「작은 위로」(열림원/164쪽/6000원)를 냈다. 벌써 일곱 번째 시집이지만, 예순을 바라보는 수녀 시인의 「맑은 시어」는 여전하다.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임종을 앞둔 선배수녀가 『한 세상을 살다 보면 사람들에게 베푸는 작은 인정, 작은 위로가 제일』이라고 말한 것을 떠올려 제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집에 수록된 70여편의 시에는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싶어하는 노(老)수녀의 따스한 마음이 가득하다.
수녀 시인은 「작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란 부제가 붙은 이번 시집에서 새, 꽃, 물, 길, 집, 창, 섬, 별 등의 이미지 속에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생활의 모습들을 섬세하고도 잔잔하게 그려냈다.
「잔디밭에 쓰러진 /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 혼자서 울었어요 // 쓰러진 꽃들을 /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 하늘을 봅니다 // 비에 젖은 꽃들도 / 위로해 주시구요 / 아름다운 죄가 많아 / 가엾은 사람들도 /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본문 「작은 위로」).
잔디밭에 쓰러지고 비에 젖은 꽃 하나, 죄 많은 인생까지도 손을 내밀어 포옹하는 수녀 시인의 힘은 여전하다. 쓰러지고 비에 젖은 꽃들이 안타까워 어찌할 바를 몰라 결국 하늘에 기도하는 시인 수녀. 그가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작은 위로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어느새 환하게 만들어준다.
시인은 또 단순한 일상 생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우울한 날은 / 빨래를 하십시오 // 맑은 물이 / 소리내며 튕겨울리는 / 노래를 들으면 / 마음이 밝아진답니다」(본문 「빨래를 하십시오」). 시인은 일상 속에 자신을 조용히 파묻는 것도 「기도」라고 강조한다.
그는 책의 서문을 통해 『나의 시들은 자신에게, 이웃에게, 신(神)에게 그리고 자연과 사물에게 환히 마음을 열어보이는 사랑의 편지』이며 『시는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이해하는 창문이 되어주었으며 모든 관계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편지』라고 밝혔다.
때로는 너무 담백해서 싱겁기조차 한, 너무 짧아서 읽다가 만 것 같은, 어린이의 마음을 담은 동시 같은 시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하는 수녀 시인.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변함없이 솔향기 가득한 자신의 수방(修房)에서 만들어 낸 기쁨의 메시지를 한가득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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