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그분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신자들의 바람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도에 대한 올바른 사전 이해 없이 어떤 특정 방법론이나 특정 형태에 집착한다든가 혹은 합당한 정도와 기간 동안의 수덕과 극기 생활을 소홀히 한 채 즉각적으로 높은 단계의 기도생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거나 또한 교회를 통한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동참하도록 생활화하는 측면이 간과되는 면도 적지 않다. 본지는 기도에 대한 전반적이고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가톨릭대학교 영성신학 교수 박일 신부가 쓰는 「기도이야기」를 특별 영성기획 시리즈로 게재한다.
■ 기도란 무엇인가
모든 크리스찬들이 신앙의 화두로 여기고 있는 기도. 기도란 무엇이며 교회가 가르치는 바람직한 기도생활은 어떤 것일까.
나지안즈의 성그레고리오는 「신학 강론」을 통해 『기도란 마음의 기억을 새롭게 하여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주기적으로 기도할 것을 신자들에게 권고한다. 아침기도 저녁기도 식사전후의 기도 성무일도 그리고 미사를 중심으로 하는 주일 역시 무엇보다 기도함으로써 거룩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전례주년과 그에 따르는 대축일들은 신자들의 기도생활에 근본이 되는 것이다.
■ 중요한 세가지 형태
1. 소리기도
1) 자유기도
기도하는 사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는 가장 생생함을 줄 수 있다. 기도자가 하느님께 직접 자기 말로 자신의 통회와 열망 기쁨 그리고 청원과 감사를 드린다면 가장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가치 있는 기도인 것이다.
마음에 가득 찬 것이 절로 터져 나와 쉽게 기도를 드릴 수도 있고 때로 마음은 텅 비고 머리 안에서도 아무런 말을 찾을 수 없을 때도 있는데 이렇게 적당한 기도를 드릴 수 없는 것 같다해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을 우리 자신보다도 더 잘 알아들으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소박하고 어눌한 말로 드리는 기도이지만 그 말들이 진실한 말이 되도록 염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본질적인 것, 즉 신앙 경외심 신뢰심 그리고 각오를 드러내는 소박한 말들이 소박하다 해서 풍성히 넘치는 말보다 결코 못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강론선집」을 통해 『우리의 기도가 받아들여지는 것은 말을 많이 하는데 달린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열성에 달린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런 이유로 자유기도를 바치는 것이 어렵다하여 쉽게 만들어 놓은 기도로 눈을 돌려선 안된다.
2) 만들어진 기도문에 의한 기도
무슨 기도를 해야 좋을지 모를 때에는 자신을 너무 들볶지 말고 다른 곳으로부터라도 기도를 가져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 입에서 나온 올바른 기도말을 사용해도 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서 배우는 의미도 가질 수 있다. 경건한 사람들이 하는 기도의 말들은 그들의 경험과 위기의 극복 체험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들 말로 기도할 때 우리도 배움을 얻게 된다.
성서의 여러 구절들은 그 자체가 기도다. 예를들어 시편은 개인의 체험에서 생겨난 것이면서도 모든이의 경험을 대변한다. 성모마리아의 찬미가 「마니피캇」(루가1, 47∼55)이나 즈가리야의 찬미가 「베네딕투스」(루가 1, 68∼79) 또는 나이많은 시메온의 「찬미가」(루가 2, 29∼32) 등이 그것이다.
바오로 서간에서도 풍부한 기도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에 앞서 그 자체로 유효하고 모든 이에게 필요한 기도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주님의 기도」이다.
같은 등급은 아니지만 전례에 포함돼 있는 「교회의 기도」들도 권할 수 있다. 미사에서 드리는 「대영광송」이나 성령강림절의 「성령이여 오소서」, 성무일도의 「찬미가」 엄격하면서도 맑은 「미사 기도문」 등이다. 이 기도문들은 초기 교회에서 생긴 것들로 잘 조화돼 있고 하느님에 관한 고상하고 아름다운 생각으로 가득하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올바른 기도를 찾는 것이다. 기도는 무엇보다 진실해야 한다. 소박한 어조를 버리거나 과장하는 기도, 정상적인 정신으로는 가질 수 없는 감정들을 전제로 하는 달콤하고 감상적인 기도도 진실하지 못하다. 잘못된 방법으로 하느님 앞에서 비하하고 자신을 흉하게 만들고 자신의 죄에 대한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그런 기도들도 진실되지 못하다. 기존에 나와있는 기도책 들에도 쓸데없는 내용이나 내적 생활에 있어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상한 음식과 같은 책들도 적지 않음을 밝히고 싶다.
3) 반복·음미하는 기도
소리기도와 마음기도 사이에 있으면서 그리스도교 생활에서 큰 역할을 하는 기도방식이 있다. 물론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 『여러분이 기도할 때에는 이방인들처럼 수다를 떨지 마시오. 그들은 많은 말을 해야만 들어주시는 줄로 생각합니다』(마태 6, 7).
하느님께 말하는 사람은 소박하고 경건하게 신뢰를 가지고 해야하며 내적으로 올바른 것 외에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한사람에게 여러번 같은 것을 말하듯 같은 기도를 반복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단숨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복해서 말하더라도 그때마다 훌륭하고 순수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기도의 예가 「삼종기도」다. 또 오늘날 도시인들에게 잊혀져 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바치고 있는 묵주기도 역시 반복되는 머무름과 천천히 나아감의 두 순간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소리기도는 관상의 효과를 동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나이들고 학력도 없는 할머니가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바친다고 할때 그분이 비록 자신의 입으로 읊조리는 기도문의 뜻을 다 깨닫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용히 의식적으로 반복하면서 하느님 오시길 바라고 성모님께 은총을 전구해 주시길 구하고 있다면 어쩌면 관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면에서 소리기도가 진정한 기도가 될 때 그것은 또한 마음의 기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 약력
가톨릭대 졸업후 1981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로마그레고리안대학교에 유학, 98년 영성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98년부터 가톨릭대 영성신학 및 라틴어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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