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어두운 역사 속에서 중국을 비롯하여 러시아와 일본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우리 핏줄들과 또 갈라진 반쪽의 땅에서 살고 있는 북녘 형제들을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민족의 어두웠던 역사와 함께 묻혀져 있던 핏줄들을 찾아 나섰던 사제의 마음은 짙은 연민이었다. 그리고 연민을 통해 걸러낸 것은 깊은 사랑이었다.
군종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최근에 낸 「오라 프로 노비스(Ora pro nobis)」는 누구 못지 않게 민족의 아픔을 사리며 정화시켜 나가야 할 십자가를 진 한 사제의 존재를 읽게 한다.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라는 뜻을 담은 책제목이 말해주듯 「…노비스」는 해방이 되고도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에까지 떨어져 살고 분단된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간구하는 지은이의 염원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수교를 맺기 전인 지난 1989년 한국교회 사제로는 처음으로 중국순례에 나섰던 것을 시작으로 이주교를 따라가는 여정은 색다른 감상과 느낌을 전해준다.
지은이가 역경에 찼던 근현대 우리 민족의 삶을 더듬으며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 때 그 때 기록해 놓았던 느낌들과 짧은 생각들을 모은 「…노비스」는 그래서 단순히 감상의 파편의 집합이 아니라 사목적 단상이기도 하다.
「…노비스」에서 이주교는 「민족의 긍지가 살아 숨쉬는 대륙」, 「일본 교포의 사목 단상」, 「사할린의 삶과 신앙」이라는 소제목을 통해 우리 민족 역사의 아픔의 편린들이 남아 있는 중국, 일본, 사할린, 북한 등지를 순례의 마음으로 돌아보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14년에 걸친 여정을 정리하며 조금은 주저하면서도 이런 자신의 체험을 나누고 싶다는 이주교의 결론은 「갈라져 있는 이들을 기억하며 우리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열심히 기도드리자」는 것이다.
〈기쁜소식/168쪽/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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