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명과학자들은 재앙과 질병이 없는 유토피아를 선전한다. 하지만 과학과 의학의 메스가 생명의 존엄성까지 절단하려 할 때 그것은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미래상으로 추락한다.
공상과학영화들의 왕성한 상상력은 그런 의미에서 예언자적이다. SF 영화들은 인간복제에 대해서, 구원과 해방이 아니라 인간성 상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다.
섬뜩한 상상의 첫 번째는 이른바 「이종간 교잡」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 조작이다. 「플라이(The Fly)」는 실수로 인간과 파리 유전자가 뒤섞여 흉측한 모습의 파리인간이 되는 비극을, 「모로박사의 DNA (Is land of Dr. Moreau)」는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가 뒤섞인 야수 인간들로 가득찬 섬을 다룬다.
소와 인간, 쥐와 인간의 유전자가 섞일 수 있는 실험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상황은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는 복제인간이 오히려 과학 문명에 내몰린 오리지널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상을 역설적으로 비판하고 「저지 드레드(Judge Dredd) 」는 자신과 같은 복제 인간을 대량 생산해 미래 사회를 지배하려는 복제 인간을, 「가타카(Gattaca )」는 고도의 생명과학 지식과 기술을 가진 소수 집단이 인류를 우성과 열성으로 구별하는 극단적 차별의 상황을 보여준다.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드문 코미디 「멀티플리시티(Multip licity)」는 고된 일상에 지친 주인공이 제2의 자신을 만들어내지만 이 클론이 제3, 제4의 클론들을 만들어낸다는, 우스꽝스럽지만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이들 영화들은 인간 복제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정작 미래사회에서 복제인간들이 대량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불길한 추정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은 『복제인간은 인간인가 아닌가?』이다.
복제 인간의 인권 문제와 복제 실험 과정에서 야기되는 기형적인 생명체들의 문제는 에일리언 4에서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전편에서 죽은 여주인공이 복제로 다시 태어나는데 그녀는 괴물이나 다름없는 7명의 또 다른 자신을 모두 죽인다. 200년 전에 죽은 그를 과학자들이 복제하는 과정에서 실험에 실패를 거듭함으로써 7명의 기형아들이 먼저 태어났던 것이다.
실제로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고 그 이후에 소, 쥐, 양, 고양이 등의 생명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기형들이 발생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인간 복제를 시도했을 때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경고로 보인다.
전에는 상상력의 산물로 흥미롭기만 했던 이런 내용들은 이제 실제로 인간 복제가 시도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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