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원주민인 아보리진족은 전통적으로 애정과 관계없이 결혼하는데 인류학적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보리진 여성은 정신적으로 극히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개인의 선택없는 결혼임에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은 배우자와 결혼에 대한 지나친 기대나 선입견 없이 결혼의 현실성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10쌍이 결혼하고 4쌍이 이혼하는 사회입니다. 이 사실은 우리의 가정이 이만큼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정 위기의 원인은 많은 경우 결혼에 대한 환상인데 바로 현대의 TV문화와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이 같은 환상의 주범입니다. TV에 나오는 결혼은 너무 이상적이고 환상적인 로맨스가 아니면 불륜이나 건전하지 못한 관계가 대부분입니다. 이것이 무의식 중에 우리의 결혼생활을 판단하는 잣대로 주어집니다. 또 자본주의의 산물인 기업화한 성의 상품화도 문제입니다. 한번 쓰다 버릴 휴지처럼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살수 있는 성 때문에 결혼과 가정도 성 유희의 연장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하고 근본적인 가정 위기의 원인은 결혼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선배나 의미있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옛날의 교육은 삶의 교육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고,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과 부모를 어떻게 대하고, 살림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교육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현대는 아닙니다. 수학공식과 영어 단어 하나가 교육입니다. 2~3살만 되도 어린이집에 등록합니다. 초등학생만 되면 영어, 피아노, 컴퓨터 학원을 전전합니다. 인격 형성기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정과 떨어져 살기에 가정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듭니다. 성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적 차이와 성기술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만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성교육, 진정한 만남을 위한 성교육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간을 알지 못하는 것은 할 수 없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는 동물인데 바로 이러한 교육의 부족이 우리사회의 이혼율을 하루가 다르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삶에서는 1000만원을 버는 것보다는 100만원을 갖고도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고, 권력이나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인간의 갈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부간의 관계와 사랑, 그리고 가정의 평화 등, 인격적인 사랑이 더 우선적인 것인데 현대는 부차적인 것에 눈이 멀어 정말로 본질적인 것을 보지 못하는 불행한 시대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가치있는 삶을 가르쳐줄 인생선배들의 경험이 담긴 진솔한 인생교육과 허무한 삶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 나서는 삶을 가르칠 수 있는 의식있는 부모의 역할이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니겠는가 생각해 봅니다.
아마 이러한 교육은 신앙생활에서도 똑같이 요구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첫번째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안드레아와 요한은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듣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시몬 베드로는 동생 안드레아의 중재로 그분의 제자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제자됨의 길은 바로 결단의 길이며,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한 길임을 볼 수 있습니다. 제자가 되기 위해 안드레아와 요한은 자기 스승이었던 세례자 요한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하는 선택이 필요했고 시몬의 이름도 베드로로 변화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름을 바꾼다는 사실은 새로운 사명을 받음, 혹은 새 사람이 됨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요한복음에 나오는 소명사화와 공관복음에 나오는 소명사화와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공관복음에서는 예수님이 직접 당신의 첫 제자들을 부르시는 반면 요한 복음에서는 증인들의 입을 통해 예수님의 부르심이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공관 복음은 부르심의 직접성을 요한 복음은 간접성에 강조를 둡니다.
왜 요한복음은 제자 됨의 길에서 간접성을 강조할까요! 그것은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합니다만 그 안에는 아마 다음과 같은 무언의 교훈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분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선험자들의 증언을 참조할 필요가 있기에 오늘 교회의 증언과 성서의 증언을 받아들임이 주님의 제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인 동시에 바로 다른 이들을 예수님께 안내할 오늘날의 세례자 요한과 안드레아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 말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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