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던져 본다.
『전쟁은 성스러운 일인가, 아닌가』
초등학생에게도 대답은 자명하다. 『아니오』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는 전쟁은 성스러운 일인가, 아닌가…?!
구약성서 신명기계 역사서가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처절한 전쟁 이야기로 되어있다. 전쟁을 가장 잘한 전사 다윗은 이스라엘 최고의 영웅으로 부각되어, 메시아의 뿌리로까지 소개되어 있고, 그들이 곤경에 체할 때마다 그리움과 살아갈 힘의 원천으로 기억되곤 했다. 다윗을 생각하면 그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며, 무엇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였던 것인데, 이러한 긍정적 평가는 그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전쟁을 치른, 가장 용맹스럽고도 충성스런 용사였기 때문에 얻게된 수확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물어야할 것은 『「거룩함」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거룩함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거룩함을 살고자 하는 「신앙 행위」의 차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성(聖)문서」라는 이름은 「거룩한 문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성문서 개관」의 두번째 순서로 우리는 성문서라는 명칭과 그 종류들을 알아보면서, 무엇이 이들을 「거룩하다」고 규정케 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구약성서는 원래 히브리어와 아람어로 저술, 편집되었지만, 구약 시대 후반부로 오게되면서, 이미 고어(古語)가 된 히브리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고, 더욱이 디아스포라의 교포들에게는 그리스어(당시 공용어)로 번역된 성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등장하게된 번역 성서를 우리는 「칠십인역」 혹은 「셉투아진트」(Septuagint)라고 부른다. 이 번역 성서는 내용 뿐 아니라 성서의 배열에서도 히브리 성서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성문서」에 대한 명칭과 순서 역시 서로 다르게 제시되어 있다.
1)히브리 성서의 성문서
?명칭 : 「커투빔」(the Writings: 「글들」, 혹은 「기록들」이라는 뜻)
?종류 : 시편, 욥, 잠언, 룻기, 아가서, 코헬렛, 애가서, 에스텔, 다니엘, 에즈라, 느헤미야, 역대기.
2)칠십인역의 성문서
?명칭 : 「하기오 그라파」(the Holy Writings : 「성(聖)문서들」이라는 뜻)
?종류: 위의 목록에서 룻기, 역대기, 에즈라, 느헤미야, 에스텔을 「역사서」 범주에 넣고, 애가와 다니엘서를 「예언서」에 추가시킴으로써 「성문서」 그룹에서 제외시킨다. 대신 집회서, 지혜서를 추가한다.
위의 구분에 따르면, 팔레스틴 유다인들에게 「성문서」는 그냥 단순한 「문서들」(Writings)들로서, 여러 작품들의 「선집」이었던 반면, 디아스포라 유다인들에게 이 책들은 「성스러운 문서들」이었던 것이 드러나는데, 이는 「거룩한」이라는 형용사의 첨가를 통해 증명된다(the Holy Writings ). 같은 문헌들에 대하여 한쪽에서는 단순히 「문서들」이라고 규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성스러운 문서」라고 규정하게 된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역시 「거룩함」에 대한 이해의 차이였음을 보게된다.
그런데 사실 성문서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일반적 개념의 「거룩함」과는 거리가 먼 내용으로 되어있다. 특별히 아가서, 코헬렛 등은 지나치게 에로틱한 표현들과 비관주의적 정서 때문에 『이들을 정말 「성서」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논쟁에까지 휘말리기도 한다.
또한 성문서의 대부분은 이스라엘이 전통적으로 거룩하다고 믿어왔던 주제들, 즉 「출애굽」이라든가 「계약」, 「율법」에 대한 언급을 거의 담고 있지 않아 이 책들의 「성성」(聖性)을 의심케 하기도 한다.
결국 「성문서」라는 칠십인역의 명칭은 이 책들이 「성스럽지 않다」는 주변의 반응과 의심에 대한 강력한 신앙 고백이자 해석의 결과였던 것이고, 또한 일상의 평범함과 무의미함 안에서도 「성스러움」을 찾아내고, 지금 이 순간의 의미들을 잃지 않으려던 구약성서 신학의 구체적 확장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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