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를 구르는 바퀴소리와 함께 지하철이 역을 빠져나가자 서울지하철 상봉역에서는 여느 역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주인공은 역사를 바쁘게 오가는 노란 조끼를 입은 이들.
「천주교 예수노상전교회」. 조끼에 새겨진 글씨가 이들의 실체를 확인시켜주는 유일한 표시다. 지하철을 타려는 이들이 하나둘 역사에 나타나자 이들의 움직임도 덩달아 바빠진다.
『안녕하세요. 예수님 믿고 영원히 행복하게 사시라고 천주교에서 테이프를 선물로 드립니다』
미소가 담긴 말과 함께 지하철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건네지는 것은 다름 아닌 카세트 테이프다. 노란 레테르에 쓰여진 「왜! 예수님을 꼭 믿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이 테이프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주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역에 나와 테이프가 떨어질 때까지 전교를 하는 서울 신내동본당 예수노상전교회(회장=이관희) 회원들의 이런 활동은 벌써 3년째다.
교회를 알리는 책자가 적잖게 나와 있었지만 이들은 테이프를 전교 수단으로 택했다. 한글을 모르는 이나 시력을 잃은 이들에게도 손쉽게 하느님을 전하고 집이나 차량 등 공간적 제약을 덜 받으며 전교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한겨울과 여름에는 지하철 역사에서 활동을 하지만 나들이가 잦아지는 봄가을이면 이들의 활동무대도 확대된다. 오는 봄이면 여느 때처럼 경기도 남양주 하팔당으로 나설 예정이다. 강원도와 양평, 서울을 오가는 길목인 이곳은 이들이 발견한 선교의 적격지다. 휴일이면 차들이 길게 늘어서 좀처럼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 테이프를 듣고 교회에 나가기로 했다는 사람을 다시 만나는가 하면 테이프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주일 정해진 시간대에 이들과 마주치는 버스 운전기사들 중에서 『성당에 나갈테니 테이프를 달라』는 이들도 생겨났다. 한번은 기사의 요청에 버스에 잠시 올랐다가 승객들 모두에게 테이프를 나눠준 경우도 있었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테이프를 구하고 싶다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 인천 등 수도권지역은 물론 멀리 군산 울산 부산 춘천 등에서도 테이프를 구해 가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2년 남짓한 새에 보급한 테이프 수만 1만4000여개에 이른다.
이관희(필립보?55) 회장은 『교육 없이 기도만으로는 전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며 『전교에 대한 열정과 성령께 의지하는 마음과 아울러 변화하는 시대에 부합하는 영적 지식이 함께 할 때 힘있는 선교가 이뤄지는 것 같다』며 노하우를 밝혔다. ※연락처=018-206-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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