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회 추수할 밭 고르는 일꾼
자료수집·연구활동 본토 이해 넓혀
신학생 교육 사제양성도 적극 지원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이 명언이 금과옥조처럼 빛나는 교회 가운데 하나가 홍콩교구다. 홍콩교구의 오늘을 있게 한 바탕에는 5000년이 넘는 중국 역사에서 흘러나온 자부심과 함께 선진 서구사회의 합리주의를 밑거름으로 한 성찰의 역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흩어진 형제 일치에 앞장
성찰에 기반한 꾸준한 모색과 도전이 있었기에 5%를 약간 넘는 복음화율에도 불구하고 홍콩 사회는 물론 중국 본토 전역에 대해서도 적잖은 영향력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홍콩교구가 지닌 위상의 이면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중국인 천주교 단체’라는 자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 420만명이 넘는 화교들이 살고 있는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의 화교 신자를 통틀어도 6만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교회 속에서 홍콩교구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몫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같은 위상을 지닌 홍콩교구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사목적 과제를 모색하고 이를 추동할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엔진’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홍콩교구 성신연구센터(Holy Spirit Study Centre)다.
현 홍콩교구장인 젠 제키운(陣日君) 추기경에 앞서 홍콩교구를 맡아 열정적인 사목 활동을 펼쳤던 고 우쳉충 추기경이 중국과 중국교회에 대한 사목적 관심의 표현으로 1980년 설립한 성신연구센터는 지난해로 사반세기를 넘기며 홍콩교구의 두뇌 역할까지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신연구센터는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있는 중국 본토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각종 자료를 수집, 축적해 연구하는 일을 비롯해 이러한 변화에 따른 그리스도인들의 적절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 기관으로 만들어졌다.
홍콩 에버딘항 인근에 위치한 홍콩교구 성신신학대학 구내에 자리한 연구센터에서는 매일 홍콩과 중국에서 발행되는 일곱 종 이상의 신문이 수집, 분석돼 중국의 현재를 읽게 하는 생생한 자료로 재생산돼 나오고 있다. 아울러 매달 중국 본토와 대만은 물론 아시아와 유럽 각국에서 나오는 150여 종의 잡지와 각종 간행물 등 중국 관련 자료들이 수집돼 중국 연구의 밑거름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활동 영역에 따라 성신연구센터에는 중국 본토와 교회 연구에 관한 한 최대의 인력과 역량이 투입되고 있다. 4명의 신부를 포함한 10명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교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보좌주교인 통 혼 주교와 4명의 신부, 변호사, 교수 등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만 봐도 연구센터가 교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매달 교구장과 모임 가져
센터에서 중국 선교를 목표로 하는 이들을 비롯해 관련 연구자, 사목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매달 한차례씩 마지막 주 화요일에 열리는 ‘리치 연구회(Ricci Study Group)’도 중국과 중국교회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창(窓)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선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이름을 딴 이 모임에는 센터의 책임자인 통 혼 주교는 물론 교구장 젠 추기경과 교황대사도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할 만큼 센터의 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막중하다.
이 같은 연구와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각종 중국 관계 도서를 발간하고 정기적인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해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센터의 중요한 몫 가운데 하나다.
성신연구센터는 센터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1981년부터 격월간으로 중국어와 영어 등 2개 언어로 씌어진 ‘트라이포드(Tripod, 중국어로 ‘딩’(鼎))’지를 발간해오다 근래에는 분기별로 발간하고 있다. 통 혼 주교와 중국 전문가 람써이케이 박사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트라이포드지는 그리스도교 정신과 교회 일치를 비롯한 다양한 가톨릭교회의 흐름을 소개할 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한 공개적인 대화와 관점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오고 있다.
근래 들어 센터는 이러한 활동에 더해 홍콩을 통해 중국에 다가서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과 모색을 이어주는 통로이자 가이드 역할까지 하고 있다. 자칫 중국에 대한 섣부른 지식이나 이해를 지니고 접근함으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성신연구센터는 조정자로서 적잖은 몫을 해내고 있다.
성신연구센터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본토에서 새롭게 문을 열고 있는 신학교나 수녀원을 지원하는 일도 갈수록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몫 가운데 하나다. 실제 1982년 이후 연구센터는 센터의 연구원들 가운데 상당수를 중국 본토 내 신학교 교수로 파견해 신학생들의 교육을 돕는가 하면 유능한 신학생을 발굴해 해외 유학을 주선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제 양성을 직간접 지원해오고 있다. 나아가 본토에 산재한 본당 내에 ‘평신도교육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신자재교육의 틀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와 함께 유럽 교회를 필두로 국내외 모금을 통해 중국 내 성당 건립을 꾸준히 지원함으로써 중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밭을 고르는 일에도 함께 하고 있다.
젠 추기경은 “중국교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접근하는 방식은 조심스러워야 한다”면서 “성신연구센터가 중국 사회와 교회에 다가설 수 있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공식·비공식교회 구분 넘어 중국신자 눈으로 바라봐야”
■성신연구센터 사무총장 람써이케이 박사
“중국 신자들은 ‘공식교회다 비공식교회다’라는 의식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를 의도적으로 구분하려는 태도가 전 인구에 비해 얼마 되지도 않는 신자들을 분리시키고 교회를 분열시킬 수 있습니다.”
성신연구센터가 설립된 이후 줄곧 대중국 관계를 연구해오다 현재 센터의 사무총장으로 실무를 이끌고 있는 람써이케이(林瑞琪.안토니오) 박사는 중국 신자들의 입장에서 중국교회를 바라보길 당부했다.
급변하고 있는 중국교회를 제대로 보려면 오랫동안 이어져온 ‘지상교회.지하교회’식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는 시야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 람박사의 설명이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 대륙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 대부분이 어느 교회에 속한 사제가 주관하는 종교 활동이라는 의식 없이 각종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자로서의 정체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특히 성직자들의 경우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교류가 잦아져 과거와 같은 갈등 관계를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오히려 활발하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오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공식교회와 비공식교회 신부들의 교류마저 일상적으로 공개되고 서로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은 중국교회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센터의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람박사는 “중국이 선교의 황금어장이자 큰 잠재력을 지닌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며 “중국 사회와 교회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중국 인구의 99% 이상이 가톨릭교회를 들어보지도 못한 이들입니다. 우리의 활동 여하에 따라 선교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그는 선교의 출발점을 교류에서 찾았다. 실제 자신도 수시로 중국 본토의 신학교를 방문해 교수 활동을 하는가 하면 중국 본당 신자들이 스스로 평신도교육위원회를 구성해 신자재교육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본토의 신자들이 자신감을 다시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각에서 그들이 꿈 꿀 수 있는 희망을 함께 찾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사진설명
▶홍콩 에버딘항 인근에 위치한 성심대학 구내의 연구센터 전경.
▶연구센터에는 4명의 신부를 포함한 10명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성신연구센터 사무총장 람써이케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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