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춘향이가 변학도한테 매를 맞으면서 부르는 「십장가」에서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춘향이는 형장이 하나요 둘이요 하고 매를 때릴 때마다 그것을 운으로 하여 이도령에 대한 사랑을 시로 표현합니다. 형장이 열대의 매를 때리면 그때마다 춘향의 입에선 열 개의 아름다운 시가 태어나는 것입니다.
고난을 시로 바꿀 수 있는 인내와 여유가 그녀의 사랑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아마 이러한 감동적인 모습은 죽음을 인류 구원을 위한 도구로 스스로 감싸 안는 오늘 복음의 예수님 모습 속에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3년간의 공생활을 마무리하시면서 군중을 상대로 하신 마지막 말씀 중 일부입니다. 전반부에서 예수님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라는 밀알의 비유를 들려줍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비유라기보다는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의 순리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인간들은 따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인간이 가진 「선택의 자유」, 지나친 자기애와 탐욕에 너무나 쉽게 지배되는 자유 때문입니다.
여기서 죽어서 열매를 맺을 하나의 밀알은 예수님을 뜻합니다. 밀알처럼 예수님의 죽음도 인간의 구원이란 풍부한 결실을 위한 죽음이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기 위한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 25~26절에는 「자기 목숨을 아끼는 사람」과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의 대조를 통해 제자됨의 길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자기 목숨을 아낀다는 말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산다는 의미이고, 미워하다란 말은 「덜 사랑하다」 또는 「부차적인 가치와 중요성을 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말들은 자기를 고집함으로 썩지 않고 결실을 맺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삶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자기를 죽임으로써 결실을 맺는 삶.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이 제자됨의 길이요, 이러한 추종이 있을 때 하느님은 영원한 생명과 영예로 보상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27절에는 갈등 속에서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고난을 받아들이는 예수님의 기도가 나옵니다(여기서 「아버지의 영광」은 「아버지의 사랑」과 같은 말로 보면 된다. 따라서 아버지의 영광이 드러난다는 말은 아버지의 사랑이 드러난다는 말과 같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예수님의 마음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은 수난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반면 아버지께서는 인류 구원을 위한 희생의 죽음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은 갈등을 했습니다만 십자가를 선택합니다. 그것이 당신의 사명이요, 당신의 사명을 다함으로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행할 때 하느님의 영광(사랑)은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28절 후반부에 『내가 이미 내 영광을 드러냈고 앞으로도 드러내리라』란 말의 의미도 아버지의 뜻에 따른 예수님의 삶이 하느님의 영광을 보여주었고 또 예수님의 죽음을 통해 앞으로도 드러날 것이란 뜻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야 할 교회와 우리 신앙인들이 나의 사명을 하느님의 뜻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의 교훈은 기도의 자세입니다.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 자신의 욕구도 생각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이 해야만 할 일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모습은 먼저 우리가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나의 마음과 의향을 헤아릴 수는 있지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즉, 나의 뜻의 관철이 기도의 목적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헤아림이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림으로 나를 통해 하느님이 이루시고자 하시는 사명을 깨닫고,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을 격려하는 것, 이것이 예수님의 기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뜻인 십자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모습!」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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