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어린이와 똑같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으로 진실입니다. 한해 한해 나이 먹으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다 보면 바로 순수한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면 된다는 해답을 얻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대의 원로 수필가 금아(琴兒) 피천득(프란치스코.92) 선생이 어린이들을 위한 책 「어린 벗에게」(여백/232쪽/9000원)를 냈다.
「감동을 잊고 사는 어린 벗에게,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어린 벗에게」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젊은 시절 선생이 번역했던 동화와 창작 수필, 시 가운데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한 것을 직접 선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수필」, 「인연」, 「플루트 플레이어」 등 마음을 맑게 하는 샘물과 같은 작품을 발표해온 선생이 어린이 책을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
동심과 같은 순진 무구한 작품세계로 이미 「90세의 소년」이란 평가를 받아온 선생답게, 이번 작품 곳곳에서도 구순을 훌쩍 넘긴 노수필가의 여린 감성이 글 속에 따스하게 녹아 흐른다.
책은 크게 2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선생이 지난 1940∼50년대 어린이 잡지 「소학생」, 「어린이」 등에 연재했던 번역물 중 6편을 간추려 실었다. 1부에서 소개되는 작품 중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너새 니얼 호손의 「큰바위 얼굴」은 이미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친숙한 단편. 이외에도 마크 트웨인의 「하얗게 칠해진 판장」, 윌리엄 사로얀의 「아름다운 흰말의 여름」 등은 어른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도 충분한 작품들이다.
2부는 그 동안 발표한 여러 글 중에서 「어린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맘으로 손수 골랐다는 작품들을 모았다. 「백날 애기」를 비롯해 「아가의 기쁨」, 「어떤 아가의 근심」, 「아가도 알 수 없는 일」, 「아가의 꿈」 등에는 선생의 어린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편편마다 한가득 묻어 나온다.
「아이의 눈을 보면 분명 신이 있는 것 같다」고 되내일만큼 어린이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선생은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왔으나 자료를 찾느라고 시간이 걸렸고, 이제야 작은 소망을 이루게 됐다』면서 『이 책이 나의 마지막 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선생의 순수한 시심(時心)과 마음 가득 차오르는 넉넉한 기쁨이 전해지는 「어린 벗에게」는 책 군데군데 조순호 화백(대진대 미술학부 교수)의 그림이 보태져 책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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