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지난 1992년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사회복지주일을 나라 밖의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고 돕는 날로 정한 후 본격적인 해외원조에 나선 지 올해로 꼭 10주년을 맞는다.
1968년 「세계 나병의 날」(1월 마지막 주일)을 「구라주일」로 선포함으로써 전교회 차원의 나눔을 시작한 후 1991년 국내의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주일」로 이름을 바꾸기까지 나라 안에 머물던 형제적 나눔은 이를 계기로 한국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눈길을 돌려 새로운 사랑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는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후 200여년 동안 외국교회의 도움을 밑거름으로 성장해온 한국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전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1975년 2월 설립된 「한국외방선교회」와 더불어 정신적인 부분뿐 아니라 물질적 영역까지 아우르는 모든 면에서 온전히 나누는 교회의 위상을 지니게 됨으로써 세계교회 속에서 당당히 제 위상을 드러내게 됐다.
전세계 60억 인구 가운데 12억명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가 채 안 되는 돈으로 목숨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28억의 사람들은 하루 생활비가 2달러가 못된다. 이런 가운데 매일 4만명의 어린이들이 굶주림으로 꿈도 키워보지 못하고 죽어간다. 이렇게 전세계 40억 인구가 극도의 비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5년간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이 150년간 전쟁 등의 다툼으로 죽은 사람보다 많은 현실에서 교회의 나눔은 국경을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의 나눔은 단순히 물질적인 재화의 재분배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연대의식의 전세계적인 공유를 의미한다. 전세계 재화 중에서 상위 20%의 잘사는 나라가 86%를 소비하는 반면 하위 20%의 가난한 나라는 단지 1.3%만을 소비하고 있는 현실은 나눔이 정신과 삶의 변화로까지 이어져야 하는 필연성을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 원조 현황
한국교회의 해외원조 창구가 되고 있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 접수되는 가난한 나라의 긴급구호 요청은 매년 70건이 넘는다. 이 중에는 갑작스런 재난을 당해 응급구호를 청하는 것뿐 아니라 만성적인 가난으로 구호사업을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어려운 극빈국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마태 25, 40)」
사회복지위원회의 기본적인 활동방향은 이런 성서의 가르침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의 전통에 따라 자기에게 필요한 몫에서 나누어주는(사목헌장 88항 참조) 것이 해외원조의 정신이 되고 있다.
해외원조는 매년 1월 마지막 주일에 이뤄지는 사회복지주일 2차헌금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내 「세계기아민후원회」를 통해 연중 접수되는 성금을 통해 이뤄진다. 93년 2500여명으로 시작한 기아민후원회 회원은 현재 그 두 배에 가까운 4800여명으로 불어난 가운데 매년 5억원 이상의 성금으로 이웃형제와의 나눔을 실천하는 사랑의 저수지가 되고 있다.
원조 첫해인 1993년 당시 기아에 허덕이던 소말리아에 미화 5만9250달러를 지원한 것을 비롯, 20여개 나라 39개 사업에 10억4400여만원을 지원한 것이 본격적인 나눔의 시발점이 됐다. 이어 한해동안 적게는 17개 사업(2001년)에서 많게는 54개의 사업(1994년)을 지원함으로써 지금껏 총 330개 사업에 100억여원을 지원해오고 있다. 매년 평균 10억원을 해외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내놓음으로써 나눔의 세계화를 이뤄내는 데 일익을 담당해 오고 있는 셈이다.
한국교회의 지원을 받은 나라의 면면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아프리카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져왔으나 이후 다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소말리아, 르완다, 수단,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36개국, 북한을 비롯하여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동티모르 등 아시아의 22개 나라, 그리고 동유럽의 유고, 코소보와 중동의 아프가니스탄, 남미의 에콰도르 등 가난으로 고통 속에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 다가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에 48.1%의 지원이 이뤄졌고 아프리카 46.6%, 남미 2.5% 등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에 대한 원조가 주를 이뤄왔다.
- 모금 현황
「복지」와 「복음」은 그것이 지향하는 인류의 참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일치하는 말이다. 예수님이 처음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공생활의 대부분을 지낸 갈릴래아는 이방인의 땅이었다. 이는 지리적?인종적 경계를 넘어서는 복음의 보편성을 뜻하는 것일 뿐 아니라 하느님의 우선적인 관심과 사랑이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복지주일 2차헌금액은 1993년 6억750여만원에서 지난해 8억5400여만원으로 꾸준하게 늘어왔다. 하지만 이는 소득 수준의 향상, 신자수 증가,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할 때 거의 답보 상태와 마찬가지이며 한국교회의 성장에 걸맞는 나눔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해 평균 10억원의 해외원조금을 한국교회 400만 신자로 환산해보면, 1인당 약 250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복지주일을 통해 「가난한 라자로도 부자와 같은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인간 공동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민족들의 발전 47항)라는 교회의 가르침이 인류가 한가족이 되기까지 나눠져야 할 소명임을 새롭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피부색과 이념,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인간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형제, 자매라는 인식이 사회복지주일이 들려주는 현재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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