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정치 판도에 가장 막강한 실세를 행사하고 있는 미국무성은 건물 모습이 오각형모습으로 되어있다고 해서 「펜타곤」(펜타는 「5」의 희랍어)이라 불린다. 이 건물이 「5」자와 연관되어있는 것은 유다인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무관하지 않는데, 유다인들이 미국의 정치 수뇌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5」는 이스라엘이 특별히 선호하던 숫자 중의 하나로 그들 생활의 준거점이 되는 토라가 다섯 권으로 되어있어 「모세오경」이라고 불리며, 시편 역시 「다섯 개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편의 다섯 그룹 형성에 대하여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구성
시편은 모두 150편으로 되어 있는데 이들은 다섯 개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고, 이러한 편집은 시편을 「모세오경」과 상응하는 책으로 격상시키기 위한 일종의 신학적 작업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다섯 개의 율법책」(모세오경)에 상응하는 「다섯 개의 기도」라는 의미를 시편에 부여하기 위해 그렇게 편집하였다는 것이고, 그 구분은 아래와 같다.
제1그룹: 1~41편(총 41편) / 제2그룹: 42~72편(총 31편) / 제3그룹: 73~89편(총 17편) / 제4그룹: 90~106편(총 17편) / 제5그룹: 107~150편 (총 44편).
이러한 각각의 그룹은 나름의 체계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어서, 각 그룹의 첫 번째에 등장하는 시편들(1, 42, 73, 90, 107편)은 그 그룹의 서론 역할을 담당하며, 마지막 시편은 「종결 찬양」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이들 다섯 그룹 상호간에도 연속성은 존재하여 이들 중 시편 1(혹은 2와 함께)은 제1그룹의 서문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시편 전체의 서문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찬양가」인 시편 150은 다섯 번째 그룹의 종결 기능뿐 아니라, 시편집 전체의 결론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시편의 번호
시편 연구에 있어 혼란스러운 부분의 하나는 번역된 성서들이 서로 각기 다른 시편 번호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시편 번호가 하나만 등장하지만,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과 임승필 신부님께서 번역하신 주교회의 새 번역에서는 괄호 안에 또 다른 번호가 등장한다. 더욱이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과 새 번역의 시편 번호 매김이 서로 반대로 되어있어 혼동은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충돌은 새 번역이 히브리 성서(BHS)의 시편 번호를 기본 번호로 하고(공동번역처럼) 칠십인역의 것을 괄호 안에 넣은 반면,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에서는 70인역의 번호를 기본으로 하고 히브리 성서의 편수를 괄호 안에 넣었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이다. 히브리본과 그리스번역(70인 역), 그리고 라틴어역(불가타)의 번호 차이를 대조해 보면 아래와 같다. 앞에 나와있는 번호가 히브리어 성서에 등장하는 편수라면 괄호 안에 넣은 숫자는 희랍어와 라틴어 성서가 매긴 시편 번호이다.
1~8편(1~8편) -> 9~10편(9편) -> 11~113편(10~112편) -> 114~115편(113편) -> 116편(114~115편) -> 117~146편(116~145편) -> 147편(146~147편) -> 148~150편(148~150편).
이 대조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히브리 성서가 9편과 10편으로 구분하고 있는 시편을 희랍어와 라틴어 성서는 하나의 시편(제9편)으로 보고 있어서 숫자가 하나씩 차이가 나게되고, 히브리 성서가 147편으로 보고 있는 시편을 희랍어와 라틴어는 다시 둘로 나누고 있어 결국 최종적으로는 모두 150편으로 끝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성무일도나 매일미사의 화답송 부분은 그리스, 라틴어 역본의 번호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4세기경 번역된 불가타가 그리스도교의 경전으로 받아들여지고(1546년 트리엔트 공의회), 1971년 발간된 로마 전례의 성무일도 역시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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