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계인을 「코스모폴리턴」이라고 부릅니다. 21세기 미래지향적인 인물의 전형은 바로 세계인인 것입니다. 내가 새삼스레 장보고를 해신이라고 부르며 그를 역사의 수면 위로 떠올리는 소설을 쓴 것은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이 장보고와 같은 국제적인 감각을 지닌 세계인으로 성장해주기를 소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최인호(베드로.57)씨가 장편 역사소설 「해신」(전 3권/열림원/318쪽/각권 9000원)을 선보였다. 지난해 중앙일보에 연재됐고, 올해 신년특집 KBS 창립 기념 다큐멘터리 「해신, 장보고」의 원작 소설감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역사를 좇아 재조명하는 그의 필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이미 백제왕국의 영광을 복원한 「잃어버린 왕국」,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위업을 다룬 「왕도의 비밀」, 조선 거상 임상옥의 삶을 그려낸 「상도」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역사적 관심사를 꾸준히 소설로 형상화해온 그가 아니었던가.
최씨는 「해신」의 부활을 위해 장보고를 찾아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터키, 오만, 이집트 등 3년에 걸쳐 30만Km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고 한다.
장보고는 우리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인물 중 하나. 가까운 예로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는 그를 「모반을 꿈꾸다 부하에게 살해된 반역자」나 「미천한 해도인」으로 서술했을 정도다. 그러나 최인호가 밝혀낸 장보고는 결코 역사 속의 패자가 아니었다.
그에 따르면 장보고는 해적들에 팔려가는 신라 노예들을 보고 분노했던 휴머니스트였으며, 우리나라 불교 사상에 선종의 구산선문(九山禪門)을 강력하게 뒷받침했던 종교 개혁가이자 사상가였다. 또 당나라와 일본의 삼각무역을 통해 삼국의 바다를 국경없이 다스렸던 해상왕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특히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시간 순서에 따라 삶을 전개한 기존의 장보고 이야기에서는 접하기 힘든 그의 해상활동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틱한 여정이 펼쳐지기 때문.
신라 귀족들은 그의 존재를 두려워 해 격하시키기 급급했지만, 일본에서는 「신라명신」 혹은 「적산명신」으로 신격화된 인물 장보고. 최씨는 이번 작품에서 역사적 추적에 이은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어둠 속에 묻혀있던 장보고의 본래 모습을 찾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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