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령 - 내 주머니에 남아 있는 마지막 동전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자판기 커피를 빼주십시오. 그래서 그가 호호 불며 커피를 마시는 모습에 마냥 행복해져 봅시다」
아직 단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른 새벽. 전국 1000여명의 빠다킹 회원들은 「오늘의 지령」과 함께 따스한 사랑이 가득 담긴 e-메일 한 통씩을 받는다. 매일 편지를 보내는 주인공은 인천교구 전산정보?홍보 실장으로 사목 중인 조명연 마태오 신부. 「빠다킹」은 2000년 어느 본당에 부임한 후 첫 학생미사가 끝난 뒤, 학생들이 지어준 별명이란다. 미사 때의 목소리가 무척 느끼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빠다+킹=빠다(느끼한 버터)+킹(왕)=왕 느끼함.
조신부가 「새벽을 열며」라는 묵상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6월부터. 전산실을 담당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있던 무렵이었다. 당시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던 조신부는 자신의 신분이 성직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도와 묵상보다는 프로그래밍 코드를 떠올리는 자신의 삶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묵상메일.
『인터넷 안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선교를 위함도, 제 인기를 끌기 위해서도 아니었어요. 저 스스로 반성하고 묵상하기 위해서였는데….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은 「작은 것을 통해 큰 것을 이루시는」 하느님의 섭리겠죠』
그리고 몇 달 후. 매일 묵상하는 모습이 맘에 든다면서 조신부의 오랜 친구인 정병덕 신부(인천 대야동본당 주임)도 이 작업에 동참했다. 현재 일주일 중 닷새는 조신부가, 이틀은 정신부가 e-메일을 보낸다. 비신자들의 호응도 만만치 않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배달되는 e-메일에 반해(?) 예비신자 교리반에 등록한 사람도 여럿 된다.
조신부는 e-메일의 내용을 찾기 위해 매일 라디오를 듣고, 1주일에 3권 이상의 책을 읽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얼마 전 빠다킹 홈페이지(www.bbadaking .com)의 회원수가 1000명이라는 숫자를 훌쩍 넘었단다. 개인 홈페이지의 회원 수로는 적지 않은 수다.
또 최근 두 신부는 그동안 보냈던 e-메일을 묶어 「주는 것이 많아 행복한 세상」(정음/256쪽/8500원)을 펴내고, 수익금을 소년가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교구청으로 발령이 난 뒤, 각 본당주임을 맡은 동기 신부들이 부러웠어요. 하지만 이젠 부럽지 않아요. 저도 신자수 1000여명의 어엿한 「빠다킹 닷 컴」 주임인걸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오늘의 지령을 찾아야 한다』며 책을 뒤적이는 조신부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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