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31운동」 전개로 올바른 생명문화 건설을 향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주교회의가 모자보건법 14조항의 문제점을 법과 생명윤리, 교회가르침에 근거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모자보건법 14조항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전국위원회는 2월 5일 오후 2시 국회 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생명문화와 낙태 - 모자보건법 14조항에 관한 다각적 검토」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성직자와 의사, 법학자, 여성학자 등 각계 전문가들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 한계를 명시한 모자보건법 14조가 애매하고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낙태를 사실상 허용하는 심각한 반생명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14조항은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함께 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의 문제점 - 법학의 측면에서」 주제로 발제에 나선 고려대학교 법학과 김일수 교수는 『임신 후 28주까지 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한 모자보건법은 생존능력이 있는 20주∼22주 이후의 태아를 사람과 동일시 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위헌소지가 높다』면서 『임신중절허용규정은 대폭 개정하여 그 범위를 좁히고 조건을 임신 20주 이내로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생존가능한 태아를 형법적 의미에서 인간으로 승인하는 것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기본 인권의 최상위가치로 승인하고 있는 헌법적 요청에 부응하는 법적 아우성(legal noise)』이라고 덧붙였다.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손성호 신부는 「모자보건법과 인간 존엄성」 주제 발제에서 ▲모자보건법의 반윤리성 ▲14조 각 항의 문제 ▲낙태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등에 대해 설명하고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을 제고시킬 수 있는 생명운동과 다양한 교육활동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모자보건법 14조와 여성낙태 현실」을 주제로 발표한 이상화 교수는 그간 낙태와 관련한 교회의 생명담론은 여성의 경험과 입장을 배제한 논리로 일관해 와 낙태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단체 등과의 공감대 형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교수는 『따라서 여성의 이해를 드러내고 낙태문제를 여성의 입장과 경험에서 풀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낙태하는 것에 대해 이교수는 『▲처녀성에 대한 과도한 집착 ▲미혼모와 그 자녀에 대한 사회적 무시 ▲강력한 남자우대조치 문화 등이 생명가치에 둔감한 사회의식과 결합되었기 때문』이라며 『낙태문화를 종식하기 위해 외치는 주장이 태아의 생명권에 집중되더라도 낙태를 조장하는 복합적인 변수들을 직시하고 풀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생명 31운동 『모자보건법 제14조는 폐지되었습니다』」 주제 기조강연에서 주교회의 사무총장 송열섭 신부는 『교회는 생명문화를 지속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 세미나와 촛불행진, 생명 31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며 『교회가 생명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현대인의 생명에 대한 인식자체를 전환함으로써 생명과 관련한 현안 과제들이 행동적 실천으로 유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