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를 거쳐 2월 14일 전격 발표된 한국 주교단의 평화촉구 성명서는 인류공존 공동선에 대한 호소와 남북 동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성명서 발표는 평화를 위한 기도를 당부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화 염원 의지와 미국 주교회의 등 전쟁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전 세계 주교단과 연대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며 전 세계적으로 이라크 공격 반대 여론과 평화에 대한 갈망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의 적절했다는 의견을 불러모으고 있다.
또한 이와 맞물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전세계에 심각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 반대 의견을 분명하게 드러낸 기회였으며 폭력과 전쟁에 대한 교회 입장을 단호하게 표명한 계기가 됐다.
「악」에 대한 응징으로 전쟁이 정당화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목적이 수단과 방법을 합리화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살상 폭력이 이뤄지는 전쟁 중심에 생명 문제가 관련돼 있음을 부각시킨 성명서는 모든 문제의 뿌리가 반생명 문화와 생명 경시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과학, 기술, 경제의 중심은 인간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재삼 강조한 점에서도 교회 내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명서 발표 결정과 함께 이번 상임위원회에서 총회 상정 안건으로 논의된 내용중 눈에 띄는 것은 2004년 한국에서 개최될 FABC 제8차 정기총회 주제 「아시아의 그리스도인 가정」과 관련, 위기에 처한 오늘의 가정 현실과 사목적 과제에 대한 것이다.
지난해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것을 시작으로 주교회를 통해 사회내 심각한 현안들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토론과 사목적 대안을 나누고 있는 주교단은 이같은 작업을 통해 주교회의의 사목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가정 문제에 대한 논의는 2004년 FABC 총회를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지만 생명 환경 문제의 근원이랄 수 있는 가정이 점차 와해되고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 대해 각 교구 수장들이 보다 구체적인 사목적 의견을 나누고 대안들을 모색할 시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있다.
「교구 사제평의회 위원과 지구장 선출 방법」에 대한 안건은 이 사안에 관한 주교회의 차원의 공통된 해석 또는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에서 나온 것이다. 즉 현재 거의 모든 교구에서 지구장들이 사제평의회 선출 회원을 맡고 있는데, 이때 동일 인물을 두고 지구장 입장에서는 교구장 임명을 받아야 하고 사제평의회 회원 입장에서는 사제들의 자유로운 선출에 의해 선임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낙태아 세례에 관한 문제」는 살아있는 아이들에 대해서만 세례가 허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이미 오래전 의도적으로 낙태된 아이들에 대해 세례를 주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주교회의의 분명한 의견이 표명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상정 안건에 포함됐다.
「한국 천주교 교리교육 지침」과 「초중고 주일학교 교재 진도표」는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위원장=최덕기 주교)가 올해 주요 작업으로 진행중인 것으로 총회에서는 작업에 대한 내용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교리교육 지침과 진도표 작업은 각 교구에서 기본적인 교리교재를 발간하더라도 일정한 지침 등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교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또한 「새로운 생명문화를 창조해 가는 생명 31」운동 추진에 대한 안건은 최근 교회 안팎에 생명문화 조성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생명 31」 운동에 대한 경과 보고와 함께 추진 방향 및 주관 부서 결정 등 향후 전개 과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위한 것이다.
이외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 협의회 2003년도 전국대회 계획(안) 및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국 행사 안건은 행사에 대한 보고와 함께 주교회의 승인을 받는 내용으로 상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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