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이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예식을 옛날에는 「상투나 쪽을 찐다」라는 뜻으로 관.계례(冠.禮)라 했다. 관계례는 만 20세가 되는 해에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그 책임능력을 인정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을 통해 어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우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의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성년의 날은 그저 부모로부터 해방돼 술을 마시고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으로만 존재하는 듯 하다. 수백년 전 중국 송나라 학자 정자가 『지금 관례가 행해지지 않으니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고 한 말은 현재 성년이 되는 청소년과 기성 세대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2월 12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는 서울 가톨릭다도회(회장=박신희 안젤라)가 마련한 「신앙인을 위한 성년예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제 성년으로서 어른의 복식을 다 갖추었으니 성숙한 신앙인으로 덕을 쌓아 이웃과 함께 어른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십시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어수선했던 리허설 모습은 간데 없고 성당 안은 어느새 엄숙함이 감돈다. 성인예식의 하이라이트인 관?계례 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주례를 맡은 작은형제회 김찬선 신부가 성년예식자들에게 관을 씌우고 비녀를 꽂아준다. 관자(남자 성년예식자)와 계자(여자 성년예식자)는 무릎을 꿇은 채 성인이 될 수 있도록 은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인사를 한다.
전통 성인예식을 미사 안에서 재현한 이 행사는 신앙을 가진 젊은이들이 성년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과 의무를 일깨우는 자리로 마련된 것. 올해 세 번째 열리는 예식에는 18∼21세 남녀 1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전통관례 특강」, 「부모님과 함께 하는 상견례」, 「수행차 시연」 등을 통해 성년예식의 의미에 대해 배우고 최종 리허설을 마친 뒤 성년예식에 임했다.
성년예식은 성년자를 호명하는 「문명」(問名), 「관.계례」(冠. 禮), 성년선서와 서명, 음주의 예를 배우는 「내초」(乃醮), 남자에겐 자(字) 여자에겐 당호(堂號)를 붙여주는 「명자례」, 부모와 손님에게 큰 절하는 「배례」(拜禮), 차를 봉헌하는 「헌다례」 등으로 이어졌다.
생전 처음 입는 도포, 불편하기만 한 한복 저고리에 지칠 법도 한데 예식에 참여한 학생들은 2시간 가까이 진지한 모습으로 예식을 치렀다.
이효은(글라라.21.서울 대치2동본당)양은 예식을 마친 후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가했는데 막상 예식을 치르면서 성인으로서의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스스로 다지게 됐다』고 밝혔다. 박선민(마리아.21.서울 잠실5동본당)양은 『지루하고 복잡한 예법강의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막상 선서를 하고 부모님께 절을 할 때에는 정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효은 양의 어머니 이영균(카타리나)씨는 『어리게만 봐왔던 딸이 성인이 됐다고 하니 대견스럽고 기쁘다』면서 『오늘의 다짐처럼 예의를 갖춘 성인으로 자라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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