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흙에서 왔으므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회개와 보속의 시기인 사순절은 머리에 재를 얹는 의식이 치뤄지는 재의 수요일로 시작된다.
원래 이날은 대죄를 범한 중죄인이 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쫓겨나 성목요일의 화해 예식 때까지 회개하는 기간이었다. 그들은 속죄의 베옷을 입고 몸에 재를 뒤집어 쓰는 풍습을 지녔는데 이것은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하와처럼 교회에서 쫓겨난 모습을 드러내는 의미였다고 전해진다. 참회복을 입거나 참회의 뜻으로 재를 뒤집어쓰는 습관은 이교인이나 성서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상징적 행위였다.
신자들에게 재를 뿌리는 예절이 도입된 것은 교황 우르바노 1세(1088~1099)가 1091년 베네벤토 교회 회의에서 모든 신자들도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권고한데서 비롯됐다. 그 후 전년도에 받아 보관했던 성지가지를 태워 재를 얹는 모습은 12세기부터 등장했다. 그리고 현 예식에서는 재의 수요일날 단식과 금육재를 지키고 이마에 재의 십자표를 바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순절의 첫 상징인 재의 전례는 참회 호소(요엘 2, 12~18), 하느님과의 화해 권고(2 고린 5, 20~6, 2), 자선과 기도와 단식하라는 그리스도의 가르침(마태 6, 1~6)으로 구성되고 있는데 재를 얹을 때 사용되는 양식문의 「사람은 흙에서 왔으므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 구절은 구약의 창세기에서 아담이 범죄한 후 하느님이 아담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이 구절에서 생각해 볼 수 있듯 재는 하느님을 저버린 그리고 생명의 원천에서 떨어져 나간 표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는 또한 고대로부터 통회, 참회, 덧없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고대 시대의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불과 재가 정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재의 예식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양식문은 재를 머리에 얹는 의식을 통해 인간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임을 상기시키면서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호소다. 또 감사송은 육체적 단식을 직접 언급하는 가운데 단식의 영적 의미를 부각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마에 재로 십자표를 그으면서 맞이하는 사순절은 수난과 십자가를 통해 부활의 영광에 오르셨던 그리스도의 가신 길을 살아보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일선 사목자들은 『그러므로 사순시기는 우울하거나 슬픔에 젖는 때가 아니라 오히려 도와주고 치유하고 북돋워 주고 생기를 주며 기쁨을 간직하는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성금요일과 더불어 재의 수요일에 시행되는 단식은 누구의 명령이라기 보다 스스로 알아서 실행하는데 그 참뜻이 있다고 사목자들은 말한다.
단식의 현대적 의미는 굶주림의 고행이 아니라 인내와 극기 희생을 통해 다른 이들의 곤경에 관심을 가지고 절약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사랑으로 나누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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