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이 넘어 대학 새내기가 된다니까 마음이 설레네요. 디자인 공부 열심히 해서 편안하면서도 화사한 노인의상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한지 55년만에 올해 대입에서 서울정보기능대학 패션디자인학과에 합격한 박해숙(막달레나.65.서울 화곡본동본당) 할머니.
6번의 도전 끝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평생교육학교인 성지고에 입학해 3년만에 대학에 진학하게 된 박할머니는 『60평생 언제나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신 하느님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힘을 실어준 손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결핵 환자인 아버지와 8남매 속에서 학업에의 꿈을 접어야만 했던 박할머니. 공부에의 한(限)은 지난 세월 동안 할머니의 가슴에 응어리로 맺혔다. 『11살때부터 메리야스 공장에 다니며 집안 살림을 돕고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어요. 교복입고 등교하던 친구들이 부러워 남몰래 눈물 훔치곤 했었지요』
결혼 후 조심스레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 했으나, 남편은 결혼 5년만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할머니는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면서 기사 식당과 국밥집 등에서 일을 하며 갖은 고생을 다했다.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삼남매가 모두 출가하고, 18년간 병원생활을 한 남편이 죽은 뒤인 지난 95년. 할머니의 나이 57세 때였다.
『탁아모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싶었는데, 고졸이상만 된데요. 얼마나 서럽던지 돌아오는 버스에서 엉엉 울었어요. 그리곤 곧장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지요』
늦깎이 공부는 만만치 않았다. 특히 돈 계산밖에 할 줄 모르던 할머니에게 「수학」은 넘을 수 없는 산 같았다. 그러나 매일 도시락 두 개씩을 싸 가지고 다니며 공부하는 할머니에게 어려움이란 없었다. 특히 막내딸과 맏며느리의 헌신적인 과외 수업은 합격의 영광을 안게 하는데 한몫 했다.
박할머니는 『손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할머니가 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열심히 배워 반드시 「실버의상」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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