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저희가 저마다의 재능을 다하여 책임있는 청지기로 충실히 살아감으로써 세상에 주님의 섭리가 더욱 더 드러나도록 헌신하겠나이다. 시대의 악과 불의에 용감히 직면함으로써 세상에 주님의 섭리가 더욱 더 드러나도록 헌신하겠나이다. 하느님 백성의 기쁨과 고통에 온 마음으로 동참함으로써 세상에 주님의 섭리가 더욱 더 드러나도록 헌신하겠나이다. 이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고자 애쓰는 선의의 이웃들과 희망차게 협력함으로써 세상에 주님의 섭리가 더욱 더 드러나도록 헌신하겠나이다』
매일 매일의 성무일도 때마다 천주섭리수녀회 회원들이 바치는 이 기도문은 수녀회가 지닌 영성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천주섭리회 수녀들이 지향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지니셨던 마음(필립 2, 5참조)으로, 성령의 인도를 받아 그 정신을 추구하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처럼 살고자 하며 하느님 뜻을 쫓아 따르기 위해 힘쓰는 삶」이다.
곧 그러한 정신 안에서 섭리의 하느님에 대한 증거를 회원들의 봉사와 사명을 통해 세상에 드러내고 철저성과 인내심으로 하느님 나라를 확장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섭리 그 자체는 하느님의 의지, 지혜와 영원하고 동일하다. 비록 섭리가 실체적인 하느님 일이긴 하지만 하느님은 중간자들로 하여금 관리하게 하시고…』라는 「섭리」에 대한 정의처럼 천주섭리수녀회 탄생은 가톨릭 사회정의 운동 창시자라 불리는 독일의 임마누엘 폰 케틀러 주교를 통해서였다. 케틀러 주교가 수녀회를 창립하던 시기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했던 사회적 배경과 맞물려 있다.
그는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생산 방법과 수단이 바뀐 사회 속에서 계층간 이해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여러가지 갈등과 혼란, 그리고 산업화가 진행돼 갈수록 심각해 지는 것은 노동자들의 비인간화라고 보았다. 노동자들이 생산 증대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중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노동력 착취에 대해 고심했다.
특히 어린이들의 교육 복지 및 도덕성 교육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케틀러 주교는 그 문제 해결은 교육과 간호 사업에 종사하는 수녀회가 맡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케틀러 주교는 노동자 문제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표명하고 교회의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했고, 또 당시 교회를 위협하던 무신론에 대항, 교회와 인간의 참된 자유를 위해 투신하는 등 대사회적인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1891년 교황 레오 13세의 「노동헌장」 반포는 이러한 케틀러 주교의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한 상황 안에서 케틀러 주교는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에 대한 봉사 교육이야말로 시대적 필요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고 마침내 1851년 9월 29일 독일 마인츠 휜튼에서 「천주섭리 교육 간호 수녀회」가 창설됐다.
천주섭리수녀회의 카리스마에는 이러한 케틀러 주교의 삶을 특징짓는 교회에 대한 충성, 사회적 관심 및 참여 그리고 참되고 올바른 것에 대한 두려움 없는 옹호를 반영코자 하는 노력이 뒤따른다. 또 초대 원장이었던 마리아 드 라 로쉬 수녀가 활동생활과 관상 정신을 조화시킨 모범과 겸손 온유 단순성 깊은 신앙과 온전한 개방성을 본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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