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월, 실종 부상 9명
이번 대구 지하철 사고로 인해 지하철역 주변 본당 신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반대편 진입 전동차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왔듯이 신자 희생자 대부분도 대구시 동구 지역 본당의 신자들로 확인되고 있다.
직간접으로 신자들의 피해가 가장 많이 드러나고 있는 곳은 반야월본당(주임=맹봉술 신부). 실종 5명 부상 4명이다. 유정희(카타리나.72) 이경희(안젤라.55) 원팔용(세실리아.76)씨 그리고 김영순(세실리아)씨의 딸 김진희(크레센시아.34)씨와 방길순(에파타.48)씨가 실종됐으며 이규창(안드레아)씨는 부상을 입고 경북대병원에 입원중이다. 뒤늦게 전지은(가타리나.35)씨와 아들 박준연(마르티노.9)-준성(6)군 등 일가족 3명이 경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유정희 이경희 원팔용씨가 함께 실종된 것인데, 이들은 함께 시내에 볼일이 있어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정희씨의 휴대폰 최종 통화가 사고 발생 지역인 중앙로역으로 확인된 상태다. 이규창씨는 목안에 화상을 입어 대화가 힘든 상태로 알려져 있다. 김영순씨의 딸 김진희씨도 당일 9시55분경 남편에게 전화를 해 『불이났다. 도저히 안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큰고개, 모녀 포함 3명
큰고개본당(주임=이재수 신부)은 모녀가 함께 실종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태희(마리아.51)씨와 딸 윤혜정(데레사.19)양이 실종됐으며 강기원(루가.29)씨도 뒤늦게 실종자로 파악됐다.
올해 대학 입시에서 두 개 대학에 동시합격한 윤혜정양은 먼저 등록한 대학이 집에서 멀어 가까운 학교로 옮겨 교통비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에 어머니와 함께 등록금을 환불 받으러 가던 길이었다. 이들은 사고 당일 오전 9시57분에서 58분 사이에 119에 화재신고를 했으며 그후 소식이 끊긴 상태다. 강기원씨는 중앙로에 있는 안경점으로 출근하던 길에 실종됐다. 강씨는 사고 당일 지하철 큰고개역에서 9시47분에 승차한 것이 CCTV로 확인됐다.
한편 이태희씨의 오빠 이상정(안드레아)씨는 『평소 동생이 부지런하고 검소한 생활을 해왔으며 고지식할 정도로 거짓말을 입에 담을 줄 모르는 착한 사람이었다』며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동생에게 일어났는지 알수없다』며 한탄했다. 특히 실종된 이태희씨는 자녀들(2녀)이 주일미사에 빠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본인 스스로 신앙생활에 열심했으며 레지오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씨의 가족들은 『아쉽고 필요할 때만 하느님을 찾았던 것이 후회된다』며 『지금 이 순간에 할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오직 하느님께 의지할 뿐이며, 우리 신자들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주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동촌, 2명 사망 실종
동촌본당(주임=이대길 신부)에서도 이번 사고로 김형예(엘리사벳.50)씨가 사망하고 김분희(율리아나.46)씨가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로 확인된 김형예씨는 해안역에서 전동차를 타고 강의를 들으러 가던 중 소식이 끊겼는데,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난 오후 1시30분쯤 가족들에게 사망 사실이 통보됐다. 김분희씨 역시 사고 당일 지하철을 타고 대명동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한다고 나선후 연락이 없는 상태다. 김씨는 직장에 나가기 전 소속 레지오 단원들과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예씨의 남편 배건균(테오도로.59)씨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부인을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큰딸 수경(벨라뎃다.25)씨는 『이제 엄마의 빈공간을 메워야된다고 생각하니 슬프고 걱정스럽다』고 말하고 『본당 신자들이 계속 기도 해줘서 아마 엄마가 좋은 곳에 가 계시지 않겠냐』고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레지오 마리에 활동 및 제단체 활동에 열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장례미사는 21일 오전9시 성당에서 봉헌됐다.
한편 동촌본당은 2월 18일 오후 김형예씨가 사망한 사실을 접한 후, 교구 본당 중에서는 처음으로 성당에 연도실을 마련하고 구역.반별로 조를 나눠 연도를 드렸다. 사고 당일부터 20일 자정까지 계속된 연도에서는 본당 희생자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로 변을 당한 모든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
영천, 주일학교 교사
영천본당(주임=장환명 신부)에서는 이번 지하철 사고로 인해 본당 주일학교 교사였던 배소현(발비나.20)양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영남대 생화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배소현양은 친구 정지현(21)양과 함께 사고가 있던 날 아침 중앙로역 근처 고시학원을 가던 중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아버지 배은호(스테파노.9)씨는 『직장 때문에 딸을 지하철 신기역 앞에까지만 차로 데려다주고 출근했는데, 차라리 학원 앞까지 바래다줬으면 이런 불행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또한 배씨는 『늘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을 지닌 소현이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성당활동도 정말 열심히 했다』며 『여태까지 부모에게 말썽한번 피우지 않는 착한 딸이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이냐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배양은 사고당일 오전9시35분경 친구 정양과 함께 신기역에서 승차한 것이 CCTV로 확인됐다.
고성, 자매 실종
고성본당(주임=정기모 신부)에서는 이번 지하철 사고로 서은경(27.멜라니아).은정(25.아가다) 자매가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상인동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 두 자매는 11시 수업을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이같은 변을 당했다. 통신회사 위치추적 결과 은경양은 사고당일 오전9시54분에 중앙로역에서, 동생 은정양은 오전9시57분 동성로에서 최종 통화가 확인됐다.
상주 남성동도
안동교구 남성동본당(주임=안상기 신부)에서는 이번 지하철 사고로 김수희(23.뜨리포니아)양과 권오훈(22.스테파노)군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교대 과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양은 교내 화학실험실에서 연구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중 이 같은 변을 당했다. TV를 보고 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김양의 부모 김종윤(노렌조).백옥자(루치아) 부부는 『막내 수희는 대학에 특차로 합격해 3년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를 보태고 스스로 용돈을 벌어서 다닐정도로 착실한 아이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양은 사고당일 오전10시 대구소방본부에 지하철 화재사건을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동통신회사 위치추적 결과 사고현장에서 마지막 발신이 추적됐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권오훈군도 상주에서 오전8시13분 기차를 타고 대구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갈아타고 가던중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 권군은 오전9시55분경 대구역에서 승차한 것이 CCTV로 확인됐다.
계산, 이정숙씨
장례식을 치를 때까지도 이정숙(가타리나.76.계산본당) 할머니의 가족들은 갑작스런 참변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정숙 할머니는 중앙역 지하 계단 근처에서 웅크리고 앉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이날 할머니는 마른 성지가지를 꼭꼭 싸들고 성당으로 가는 도중 사고를 당해 신자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할머니가 내릴 지점은 꼭 한 정거장이 남았었다.
언제나처럼 「성당에 다녀오마」고 나선 발걸음.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아들에게, 그렇게 아끼던 손자손녀에게 한마디 말도 못한 채 연기에 그을린 주검으로 돌아온 할머니의 빈자리는 너무 컸다.
이정숙 할머니는 평소에도 매일 계산 주교좌성당 오전 미사에 참례하고 레지오 활동에도 열심이라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었다. 효목동 집에서 지하철과 도보로 40여분 거리에 있긴 하지만 나이들어 세례를 받은 본당이라 특별히 정을 두고 열심히 다녔던 것.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에는 새벽밥을 먹고 3시간 가량 걸어 성당을 오가기도 했다. 때문에 지하철이 개통되자 『하느님 집에 가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며 특히 기뻐하셨다고 한다.
이 할머니의 조카 며느리 정혜숙(도미니카.욱수본당)씨는 평소에도 아침저녁 각각 1시간30분씩 장궤한 자세로 기도를 바쳐 가족들도 그 열성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정숙 할머니의 고별식은 2월 20일 계산성당에서 레지오단원들과 신자들의 기도 가운데 거행됐다. 개신교회에 다니는 외아들의 반대가 컸지만 평소 성당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고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는 동료 레지오 단원의 설득으로 이뤄졌다. 이번 참변을 겪으면서 레지오 단원들은 고인의 영안실에 가족보다 먼저 도착했고, 고별식 끝까지 함께 했다.
동료 레지오 단원들과 신자들은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늘 겸손하고 부지런하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큰 본보기였다』면서 『평소 위령기도를 열심히 하셨으니, 그 기도 하느님께서 다 갚아주셔서 평안히 쉬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구가대 입학앞둔 김택수씨
테니스 특기생으로 대구가톨릭대 입학을 앞두고 사고를 당한 김택수(다미아노.20.서울 방화3동본당)씨의 소식을 접한 본당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모 일간지에 실린 김씨의 어머니 고지연(프란체스카)씨의 사진을 보고 사실 여부를 묻는 본당신자들의 전화가 사무실로 빗발쳤고, 이내 김씨가 실종됐음을 확인한 신자들은 슬픔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레지오 등 각 단체의 회합은 소식을 접한 신자들의 울음바다로 변했다.
본당에서는 김씨가 아직 실종상태여서 매 미사를 김씨를 위한 생 미사로 봉헌하고 있다. 하지만 치아 및 두개골 검사를 통해 시신을 찾으면 곧 연미사를 드릴 예정이다.
또 대구로 내려간 김씨 부모 김일호(안드레아), 고지연씨를 대신해 집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와 동생을 위해 본당 내 각 구역반장들과 레지오 단원들이 번갈아 방문,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와 한 구역에서 활동한 바 있는 한 신자는 『아버지는 사목회 기획분과장으로, 어머니는 헌화회 봉사자로 활동하시던 참 좋으신 분들이셨는데 이런 변을 당해 뭐라 위로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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