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최근의 저의 상황이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느끼게 해줍니다.
저는 98년부터 횡성 종합사회복지관과 성 도미니코 선교 수녀원 지도신부로서 생활하다 금년 1월 원주 가톨릭 사회 복지회에서 새로 위탁한 이곳 삼척 복지관으로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는 같은 복지관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실제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환경과 사람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판단기준과 선택기준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겪으면서 느끼는 것은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정신과 삶의 방식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과, 종교적 의미의 회개의 삶이 일상사에서도 그대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단식에 대한 논쟁과 새것과 헌것에 대한 상징어를 전해줍니다.
먼저 단식에 대한 논쟁은 당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자주 단식을 했음에 비해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던 논쟁이었습니다.
이 논쟁에 대해 예수님은 혼인잔치의 비유를 들면서 혼인잔치가 거행될 때 신랑의 친구들은 잔치의 즐거움을 신랑과 함께 즐겨야 하기에 단식 할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여기서 혼인은 「메시아의 날」 혹은 「종말론적 구원의 시기」를 상징하고, 신랑이라는 말은 구약에서는 야훼 하느님을 뜻했습니다만 여기서 신랑은 예수님 자신을 뜻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이 비유의 의미는 지금이 바로 종말론적 구원이 이루어지는 메시아의 시기요, 그 시기의 주인공이 바로 예수님 자신이시기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어떻게 단식할 수 있겠느냐는 뜻입니다.
이 사실은 단식보다 예수님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즉, 신앙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단식이 상징하는 외적이고 형식적인 신심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신심행위의 목적인 「신앙대상(하느님)의 뜻과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교훈으로 주고 있습니다. 신심행위에 얽매여 근본정신을 잃어버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경각심을 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부차적인 내용입니다만 신랑을 빼앗길 날 단식한다 즉 예수님의 죽음 이후 그리스도인들도 단식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우리 그리스도인의 단식이 예수님의 죽음과 밀접히 연관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 여러가지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만 가장 확실한 사실 한가지는 예수님의 죽음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인간의 죄를 대신 속죄하는 대속의 죽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질 수 없는 인간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하는 마음, 진정한 인류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근본적인 욕구를 절제하는 행위, 단식이 지향하는 내적 정신입니다.
그리고 새것과 헌것에 대한 이중 상징어. 여기서 새 천조각, 새 포도주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를 상징하고, 낡은 옷과 낡은 가죽부대는 바리사이즘과 율법주의가 상징하는 율법학자들이 행하는 신심행위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완고한 고집과 닫힌 마음을 상징합니다.
그러기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이 상징어의 의미는 먼저 예수님의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다이즘의 낡은 고집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율법학자들과 같은 낡은 정신과 닫힌 마음으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예수님으로 인해 열린 새 시대에 알맞은 삶의 양식을 갖추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한다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복음에 맞갖은 회개의 생활, 편견이 없는 열린 마음, 율법주의에 반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새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새 인간」과 관련해서 묵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는 인간이 하느님과 예수님으로부터 새로운 사명을 부여 받을 때 그 사람의 이름이 바뀐다는 사실입니다.
「새 인간」 「새로운 역할과 사명」 「새 이름」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예수님의 말씀이라는 새 포도주를 담을 부대를 준비해야 할 우리가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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