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주제로 주교회의 교육위원회(위원장= 이문희 대주교)주최 군종교구(교구장= 이기헌 주교)주관으로 열린 제9차 한일 청년교류 모임에는 일본에서 15명 한국에서 30여명 청년들이 참가, 같은 신앙 아래 한 형제임을 체험하는 한편 한일 복음화를 향한 청년 신자로서의 소명을 재확인했다. 공식 합숙 일정에 앞서 민박 프로그램을 갖고 그룹별로 한국 문화 기행에 나섰던 참가자들은 또한 합숙 과정을 통해 기도 나눔 문화체험 등으로 하나된 마음을 모아갔다. 특히 이번 모임은 군종교구가 주관한 의미를 살려 제3땅굴 등 한반도의 남북 대치 현장을 찾아보는 시간이 마련돼 더욱 의의가 있었다. 제9차 한일 청년교류 모임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2월 18일 오전 11시 의왕시 마리아뽈리 회관에서 환영식을 갖고 민박 친구들과 만남을 가진 일본 청년들은 한국 청년들이 마련한 화려한(?)환영 율동 노래에서부터 깊은 인상을 받고 따뜻한 환대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발. 15명의 일본측 참가 청년들 중 소오 준이찌, 호시노 마사꾸니, 칸노 히로유끼, 우치야마 다꾸로군, 야마나카 교오꼬양등은 이미 2~3차례에 걸쳐 모임에 참가한바 있어 한국 교회와 친구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모습이었고 특히 모임 단장을 맡은 마사꾸니군이나 교오꼬양은 나이가 많은 한국측 참가자나 준비위원들에게 「형」「오빠」라는 호칭을 자연스럽게 구사, 모임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제9차 한일 청년교류모임은 한국과 일본 청년들뿐 아니라 국내 교구들간 청년 교류라는 부수적 효과도 컸다는 평가. 군종교구 중심으로 모임이 준비됐지만 지난해 7차 모임을 주관했던 대구대교구에서 9명의 청년들이 준비위원 및 참가자로 9차 모임을 함께 했기 때문.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청소년 청년 활동이 취약했던 군종교구는 일반 교구의 활동 노하우를 배우는 기회를 가졌고 한편 대구대교구 청년들은 군종교구가 갖는 특성을 알고 이해하는 장이 될 수 있었다.
군종교구가 주관
⊙… 청년교류 모임 주관을 맡게 되면서 민박 가정, 전방시찰 프로그램 등을 진행시켰던 군종교구 교육국장 임석환 신부는 『군종교구 차원에서는 이같은 큰 행사 경험이 없어 교구 청년들이 행사를 잘 치뤄낼지 다소 걱정도 했지만 타교구와의 연대를 통해 나름대로 자신감을 갖고 모임 준비에 최선을 다한 것 같다』면서 『이 모임은 군종교구에도 청소년 사목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생각이고 또 교사연합회를 구성 군인 자녀들을 위한 주일학교 프로그램 구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희망이 크다』고 밝혔다.
‘신앙인 본연 자세’강조
⊙…그간 8차에 이르는 모임 주제가 한일 양국 청년들간 교류 및 문화이해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9차 모임은 「빛과 소금」이라는 주제처럼 신앙인 본연의 자세가 강조되면서 한일 청년교류모임 성격이 신앙적인 면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엿보게 했다. 의왕시 마리아뽈리 회관에서 열린 합숙 프로그램을 통해 「빛」과 「소금」 주제로 저녁기도 시간을 갖기도 했던 청년들은 특히 소금기도 시간 중 자기성찰을 하며 옆 친구에게 소금을 전해주고 기도해 주는 과정에서 눈물로 기도에 몰입할 만큼 감명 깊은 체험을 갖기도 했다.
▲ 제9차 한일 청소년 교류모임 참가자들이 정겹게 기념촬영하고 있다.
주교단 큰관심 필요
⊙…일본팀에서 참석한 올리비에 쉐가레 신부(동경대교구 진생회관 관장. 파리외방전교회)는 1차 모임때 부터 계속 참석, 한일 청년 교류모임의 전 과정을 지켜본 장본인. 『해를 거듭할수록 모임의 내용이나 청년들의 참석 열의나 태도 변화들이 긍정적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고 평가한 쉐가레신부는 『이들은 분명히 앞으로 한일 양국 교회 관계를 발전적으로 이끌어갈 기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일본 청년들의 참가가 다소 저조한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양국 주교회의를 통해 이 모임이 시작된 만큼 주교단의 보다 큰 관심이 모임 활성화의 관건이라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합숙 일정이 진행된 마리아뽈리 회관에는 모임에 참석한 일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대구에서 상경하는 청년들도 눈에 띄어 한국인들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지난 7, 8차 모임의 한국측 지도를 맡았던 대구대교구 전재현 신부도 일본측 지도신부 이나가와 게이조오 신부 등을 만나기 위해 마리아뽈리 회관을 찾는 성의를 보여 일본 참가자들을 또 한차례 감격시키기도.
⊙…일본측의 야마나카 교오코(프란체스카)양은 호주 어학연수 일정 때문에 9차 모임 참석을 확정짓지 못하다가 행사가 시작된 후 개인적으로 비행기표를 구해 뒤늦게 모임에 합류하는 열성을 보였다.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8차 모임에서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한일 교류모임에 남다른 관심을 지니고 있는 교오코양은 『일정을 맞출 수 없어 어떻게 할지 망설였으나 한국 친구들이 늦더라도 모임에 참석할 것을 권하는 데 힘을 얻어 비행기를 탔다』고 밝히고 『한국 친구들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함께」 한다는 것을 체험하는 것 같다』고 들려줬다.
⊙…합숙 일정 마지막날 열린 공동체 미사는 각 전례 부분마다 춤 연극 등 다양한 형식의 묵상과 함께 젊은이들이 지닌 신선함 풋풋함 발랄함이 조화를 이룬 입체 미사였다. 미사주례를 맡은 교육위원회 총무 한승주 신부는 『여러분이 일주일동안 지내며 하나가 되어 친하게 된 것은 우리 안에 바로 사랑이신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하느님은 젊은이를 사랑하고 지켜보는 것을 커다란 기쁨으로 여기고 계신 만큼 그 기대에 맞게 세상 안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전방 시찰
⊙…한·일 청년교류 사흘째를 맞아 한국과 일본 청년들은 2월 14일 오전 1시간여 동안 버스를 타고 판문점 남방 4km 지점에 위치한 비무장지대 내 제3땅굴에 도착, 남북 대치의 아픈 현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한국군 헌병의 안내를 받으며 땅굴 현장과 영상관 등을 꼼꼼히 둘러본 일본 청년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민족 분단현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들 가운데서는 수백 미터 지하에 땅굴을 판 이유를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짖는 이도 있었다.
⊙…땅굴 견학이 끝나자 한?일 청년들은 인근의 도라산 전망대로 이동, 망원경으로 북한군 경비초소와 선전용으로 조성된 기정동 마을, 희미하게 드러난 북한 개성시 등을 살펴봤다. 특히 이들은 망원경에 북한 사람들의 모습이 잡히자 탄성을 지르며 당장이라도 달려가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전방 시찰을 마친 이들은 최전방부대인 1사단 전진부대 영내에서 군대식으로 점심을 들며 자신들의 느낌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등 한국의 분단현실이 주는 아픔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 한국청년은 『이런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 가슴이 아프지만 같은 신앙인으로서 함께 기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일 청소년들이 전방시찰중 도라산 전망대에서 북녘을 바라보고 있다.
◆ 만나봅시다 - 소오 준이찌군
“한국은 제게 특별합니다”
▲ 소오 준이찌군
소오 준이찌(마티아?상지대학 경제학과 4)군은 이번 제9차 모임까지 합치면 여섯 차례나 한일 청년교류 모임에 참석한 셈이 된다. 지난해 8월 요코하마에서 열린 8차 청년 교류모임에서는 일본측 단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원래 올 2월 졸업 예정이었지만 연구과정을 1년 더 갖게 됨에 따라 다행히(?) 학생 신분으로 남게됐고 무사히 9차 모임에 합류하게 됐다.
『학교 졸업 때문에 지난 8월 일본에서 열린 모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한국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게 웃는 준이찌군은 『혼자 있을 때 항상 먼저 와서 대화를 청해왔던 한국 친구들과의 경험으로 진정한 만남이란 언어가 아니라 만나고자 하는 어떤 느낌이란 것을 깨달았다』면서 『한국과의 인연 때문에 전공 분야도 「한국 경제」까지 범위를 넓히게 됐다』고 전했다.
또 『청년 교류모임을 통해 일본이 아닌 한국과 세계를 생각하게 됐고 그만큼 사고의 지평이 넓어져 세상을 향해 한발 앞서 나가는 성숙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는 준이찌군은 『이것은 아주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한국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어서 더욱 한국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그는 『한일 교류모임은 각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한 발자국씩 다가서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