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헌병대 수감자 위문을 다녀왔다. 군 생활을 하면서 순간적인 실수로 헌병대 영창에 수감 중인 병사들이 의외로 많다. 짧게는 3일 길게는 보름, 그 이상이 넘어가면 재판을 받아야 하는 병사들이다. 자주 찾아가서 그들을 만나고 큰 위로는 되지 못하겠지만 기도해주겠다고 다짐하지만 여러 일들이 겹치다 보면 소홀할 때가 많다.
모두들 젊은 나이의 비슷한 또래이고, 수감된 배경도 다양하다. 밖에서는 넘어 갈 수 있는 일도 군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제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당면한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 중에는 신자들도 간혹 있다. 그래서 성사를 청하는 이들도 있고 기도를 부탁하는 이들도 있다. 또 미사 때 얼굴이 익은 병사들은 신부를 보면 더욱더 미안해한다.
이번 위문 때 만난 병사는 낯이 많이 익다했는데 토요일 오후 공소 미사를 잘 나오던 병사였다. 여느 때보다 괜시리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제야 이유를 알고는 세례명을 묻고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 동안 모습이 부드러워졌다. 순간적인 실수로 5일 동안 영창에 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성찰이 잘 돼있었고 내일이면 부대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수감된 이들이 각자의 처지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군 안에서 그것도 철창 안에서 육체적?정신적 어려움 속에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들을 측은케 생각했던 내 마음의 움직임을 성찰케 한다.
철창을 사이로 그들을 위로하고 기도하지만 어떤 때는 순간적으로 내가 갇혀 그들의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 모두는 죄인임을 인정하고 주님 앞에 나아가 뉘우치고 용서를 받는 모습이 구원의 원초적인 모습이거늘 주님의 시선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이 그런 마음을 갖게 했나보다.
며칠 후 공소 미사를 갔을 때 영창에서 만났던 병사가 반갑게 인사를 하였다. 처음에는 전투모를 쓰고 있어 못 알아보았는데 전투모를 벗어 확인 시켜주었다. 어느 때 보다도 밝고 좋아 보였다. 위문 와 주어서 고맙고, 큰 위로가 되었단다. 그래서 수감자들을 위해 자주 위문을 가주었으면 하는 고마운 배려까지 한다. 또 그렇게 미사가 새롭고 감사할 수가 없었단다. 그는 이미 새로운 노래를 주께 불러 드렸던 것이다.
공소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의 미소함 보다 더 크게 일하시는 하느님 성령께 오직 새로운 노래를 불러 드릴뿐이라고 다짐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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