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향수」 중에서)
「천주(天主)」의 사랑과 부활을 노래하며 가톨릭과 민족주의, 모더니즘을 추구했던 한국문단사의 진정한 거장 정지용(프란치스코.1902∼50) 시인.
한국가톨릭문학과 현대시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정지용 선생의 시편들을 발표 당시 원본 그대로 수록한 「원본 정지용 시집」(이승원 주해/깊은샘/368쪽/1만2000원)이 출간됐다.
서울여대 한국어문학부 이숭원 교수가 주해한 이 책은 선생이 남긴 「정지용시집」(1935년)과 「백록담」(1948년) 등 2권의 시집을 비롯해 기존 시집에 미수록된 18편의 작품 등 모두 150여편의 시를 담고 있다.
특히 미수록 시 18편 가운데는 1926년 6월 「학조」 1호에 발표한 「파충류동물」, 1927년 「신민」 1월호에 발표한 「 녜ㅅ약이 구절」, 1928년 5월 「조선지광」 78호에 발표한 「우리나라 여인들은」, 1934년 9월 방제각(方濟各)이라는 세례명으로 「가톨릭 청년」 16호에 발표한 「승리자 김안드레아」를 비롯해 「도굴」, 「춘추」, 「창」, 「문예」, 「사사조 5수」 등이 포함돼 있다.
『새남터 욱어진 뽕잎 아래 서서 / 어른이 실로 보고 일러주신 한 거룩한 녜ㅅ니야기 / 앞혜 돌아나간 푸른 물구비가 이영과 함께 영원하다면 / 이는 우리 겨레와 함계 끝까지 빗날 기억이로다 / … 표양이 능히 옥졸까지 놀래인 청년성도 안드레아 / … 두 귀에 화살을박어 체구 그대로 십자가를 일운 치명자 안드레아 … 성주 예수 성분의 수위를 바드신 그대로 바든 복자 안드레아 … (중략)』 (「勝利者 金안드레아」 중에서).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일본 교토(京都) 도오시샤(同志社)대학 재학 중 가톨릭에 귀의한 정지용은 귀국 후 장면?박준호 등과 1933년 「가톨릭 청년」을 창간해 「임종」, 「별」, 「갈릴레아 바다」 등 신앙을 주제로 한 자작시와 「셩 부활주일」, 「뉘우침」, 「성모여」 등 번역시들을 발표했다. 또 모교인 휘문고보에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명동본당 청년연합회 회지 「별」의 편집에 참여해 청년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직전, 그 동안 활동해 온 경향신문사와 이화여전 강단에서 물러난 정지용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당시 경기도)의 한 초당에서 은거하며 소일하던 중 제자들과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납북됐으며, 후일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거쳐 그해 9월 25일 평양감옥에 이송된 것까지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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