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배소현 선생님께
선생님! 임푸른아(유스티나) 입니다.
선생님이랑 반주연습 열심히 하기로 약속 했는데 오늘도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네요.
2월 18일 지하철 참사로 선생님께서 실종 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항상 환한 웃음으로 저희에게 다가오시던 선생님이 실종 되셨다는게 믿기지가 않아요. 왜 하필이면 선생님이신지…. 하느님께서 선생님이 너무 착하셔서 곁에 빨리 두고 싶었던가 봅니다.
선생님! 저 견진성사 받았어요. 선생님께서 장미꽃 사주신다고 하셨는데…. 기억하시죠? 비록 장미꽃은 못 받았지만 그날 전 더 많은걸 받고 느낄 수 있었어요. 선생님도 거기 계셨죠? 그리고 저희들 보고 뿌듯해 하셨죠?
그동안 말썽만 피우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지 않아서 죄송해요. 저희를 아껴주신 선생님의 사랑에 작은 보답도 해드리지 못했는데 너무 죄송해요. 저희가 아무리 잘못해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 받아 주시고 활발한 모습으로 항상 밝게 대해 주셔서 감사해요.
비록 선생님은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중학교 2학년 올라가서는 교리도 열심히 듣구요, 미사 시간에 열심히 성가도 부르고, 조용히 하구요, 반주 연습도 더 열심히 하는 푸른아가 될게요.
저는 아직 미사 시간에 선생님께서 옆에 계시는 것 같아요.
「기도 손!」, 「조용히 하자~쉿!」 이런 말들을 하실 것 같은데, 옆에서 항상 성가를 부르셨는데…. 못듣고 못보니까 선생님이 더욱더 보고싶고 그리워요. 저도 부모님 말씀 잘 안듣는 불효자이지만 선생님께서는 저보다 더해요. 선생님, 부모님은 어떻게 하시라구요. 또 남아있는 다른 선생님들과 저희들은 어떻게 하라고 혼자서 그 먼길 그렇게 훌쩍 떠나셨나요.
선생님 부모님께서 많이 가슴 아파하고 계세요. 선생님도 보시면서 마음 아프시죠?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가르쳐 주신 교리처럼 부끄럽지 않게 저희 열심히 할게요. 선생님! 하늘에서도 꼭! 저희 지켜 봐 주시구요. 저희들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주세요. 선생님 영원히 사랑 또 사랑 합니다.
하느님! 우리 배소현, 발비나 선생님 여기서 못다누린 행복 주님곁에서 많이 누릴수 있도록 꼭 함께 해주세요.
임푸른아(유스티나.15.영천본당 주일학교 중등부2) 학생이 실종된 배소현(발비나.20) 선생님에게
■ 후배 배소현에게
보고 싶은 소현(발비나)아!
안심 공영 주차장에 세워 둔 네 차를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학원에 빠지고 다른 데에 놀러가 차가 그 자리에 없었으면 하고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모른다.
해맑게 웃던 네 모습, 아이들 앞에서 성가를 가르치고 율동을 가르치던 네 모습 눈에 선한데 우리보다 먼저 운명을 달리한 너. 좀더 잘해주지 못하고 좀더 배려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지난 주일 학생 미사에서 항상 네가 앉아 있던 곳을 생각하며 한 없는 눈물만 흘렸다.
네가 있어야 할 그 자리. 성가를 부르며 네가 화음을 넣던 부분에서는 네 목소리가 참 그립더구나. 아이들과 교사 모두 너를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겨울 신앙학교를 마친 뒤 모인 자리에서 엉엉 울던 네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던 미안함과 편입 준비로 더 이상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넌 눈물을 그칠 줄 몰랐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살아있음이 미안할 따름이다. 하늘나라에 천사가 모자랐거나 율동이랑 성가를 가르칠 사람이 필요해서 그렇게 착하고 예쁜 너를 하느님이 빨리 데려가셨나보다. 신부님이 꿈에서 너 보았대. 좋은 곳에 있는 것 같다고. 우리 모두 그렇게 믿는다.
이별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은 너의 죽음으로 인해 언니는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데 얼마나 게을리했는 가를 다시 한 번 느낀다. 네 몫까지 우리 주일학교 아이들과 다른 모든 이들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게. 하늘나라에서 행복하렴. 사랑해. 소현아 그리고 미안해!
이은영(데레사.영천본당 주일학교 교사)씨가 실종된 후배 배소현씨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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