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부활을 기다리는 준비 기간이다. 재의 수요일인 5일부터 시작된 사순시기를 거룩하고 뜻깊게 보내기 위해 그 유래와 의미, 주요 전례에 대해 알아본다.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 저녁 미사 전까지 40일간 이어지는 사순시기는 예수 부활 대축일을 잘 맞이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사순절을 「파스카 신비의 경축을 준비케 하는 것」(전례헌장 제109항)이라고 규정한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순시기는 초대교회부터 3세기까지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각 지역교회에 따라 부활 대축일 전 2∼3일 동안 예수의 수난을 기억했으나, 니체아 공의회(325년) 이후 40일로 기한을 정했고, 그레고리오 교황시절부터는 「재의 수요일」이 사순절의 시작일로 정착되었다.
사순시기가 되면 신자들은 이미 받은 세례를 다시 생각하고 참회행위를 통해 파스카의 신비 체험을 준비한다. 이 시기에 이뤄지는 보속과 희생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고,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와 연관을 가질 때 그 뜻이 살아난다. 즉 그리스도가 성부의 뜻을 따르기 위해 수난과 죽음을 겪었고, 이로 인해 부활과 성부 오른편에 앉는 영광을 받게 되었듯이, 우리 역시 우리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 그분의 영광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순시기의 미사전례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하면서 우리의 죄를 참회하고 속죄하는 내용으로 꾸며지며, 기쁨을 드러내는 요소인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을 바치지 않는다. 사제의 제의도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보라색(자색)으로 바뀐다.
그러나 사순 제4주일에는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한다는 뜻에서 사제는 장미색 제의를 입으며, 그래서 교회는 이날을 「장미주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회는 또 신자들로 하여금 보속과 희생의 삶을 위해 재의 수요일과 성금요일에 단식과 금육을 명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도록 「십자의 길」 기도를 바칠 것과 절약과 나눔의 삶을 실천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사순시기의 보속과 희생은 개인적인 차원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고 「외적이고 사회적」(전례헌장 제110항)이어야 한다.
진정한 회개와 보속의 삶은 개인적인 절제와 희생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모아진 결실을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외적 실천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신자들은 사순시기에 자신이 속한 가정, 직장, 공동체의 생활을 돌아보고, 진정한 사순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사순시기를 맞아 복지단체나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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