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 복판에 정글이 등장했다. 하지만 맹수가 우글대는 여느 정글과는 다르다.
보름달이 뜬 밤에 부엉이들이 코를 막고, 왕관을 쓴 고양이가 혀를 내밀어 보는 이를 조롱한다. 네 발 달린 짐승이 산소 마스크를 쓰고 있다. 하늘을 나는 천사 아래로 동물들이 모여 흥겹게 만찬을 열고 있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관장=이명옥)이 마련한 환경프로젝트 「유쾌한 정글전」에서 볼 수 있는 이채로운 그림이다.
3월 5일부터 4월 20일까지 서양화가 안윤모씨를 초대해 여는 이번 전시회는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동, 식물 등의 소재와 형상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쾌한 시각예술로 나타내고자 마련된 것.
회화에서부터 사진,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50여점이 미술관 지하층과 1층, 2층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도시인의 삶의 모습」이라는 주제가 붙은 지하층은 소음과 오염에 찌든 도시인들의 삶이 축약된 영상물과 각종 오브제로 꾸며져 있다.
1층은 합판으로 본을 뜨고 그 위에 채색을 가한 동물모형을 평면부조의 형식으로 벽에 부착한 「동물정원」이 관람객을 반긴다. 동물정원은 자연을 이해타산적인 입장에서 보는 문명인의 시각과 달리 자연과 내가 혼연일체를 이룬 반문명인의 시각을 보여준다.
「조화로운 삶의 회복」을 주제로 한 2층 전시장은 유토피아적 세계를 재현한다. 지하층과 1층을 지나온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인간과 동물이 서로 말을 건네고 자유자재로 허공을 날며, 동물이 인간의 표정을 흉내내는 모습을 보고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확인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은 『대중들이 미술작품과 환경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특히 전시장을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구성, 미술관의 공간개념을 자연으로 확장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중학생 이상 1000원, 초등학생 이하 500원 ※문의=(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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