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마저 초월한다는 사랑, 신자들의 나눔이 가 닿을 수 있는 사랑의 영토는 어디까지일까.
서울대교구 가회동본당(주임=이문주 신부) 신자들의 나눔은 가없는 사랑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회동본당 신자들은 가까운 이웃의 어려움을 돌아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랑의 눈길을 해외의 가난한 이들에게까지 돌려 선교사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의 전령으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초, 1969∼70년 파월 군종신부로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후 베트남에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전해오던 이문주 신부가 성서도 없이 신앙생활을 하는 베트남 신자들에게 성서 보내기운동을 호소하면서부터였다. 베트남 사정을 전해들은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각출하는가 하면 춘천교구 장익 주교 등도 후원금을 보내와 성서 보내기에 힘을 보태면서 매주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후원금이 쌓였었다.
최근까지 베트남 형제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전해온 가회동본당 신자들은 올 초부터는 아프리카 짐바브웨 돕기로 더 먼 곳의 형제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올 1월초 짐바브웨 현지에 선교사로 파견돼있는 메리놀회 수녀가 찾아와 도움을 청한 것이 새로운 나눔의 씨앗이 됐다. 미사 때 짐바브웨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들은 신자들은 또 자신들의 주머니를 기꺼이 털기 시작했고 몇 주만에 500여만원의 후원금과 꼬깃꼬깃 접어 간직했던 것처럼 보이는 달러도 적잖게 쌓였다. 옷가지와 신발 등 생필품을 들고 와 전해주길 청하는 이들도 매주 끊이지 않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보태오는 이들 가운데는 코흘리개 아이들도 적지 않다. 또래 친구들에게 전해달라며 크레파스와 연필, 물감 등을 곱게 포장해오는 어린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하루 꼬박 폐지 수집을 해도 2000원을 벌기 힘든 이옥순(데레사·84)씨와 같은 이는 품에 간직하고 있던 만원짜리를 아낌없이 내놔 주위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매년 조그만 나눔을 통해 다양한 형제들과, 그리고 새로운 사랑의 영토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회동본당 신자들은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문주 신부는 『자신이 지닌 재능과 달란트를 나눔으로써 신자들이 사랑의 새로운 맛에 눈을 떠가게 되는 것 같다』며 『신자들이 지닌 달란트와 은사를 잘 모아 이 시대에 맞게 펼쳐 나간다면 사랑의 영역은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 주실분=서울대교구 가회동본당 (02)763-1570, 한빛은행 513-072235-02-003 (이문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