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저희 아버지 병을 낫게 해주세요. 그래서 옛날처럼 즐거운 가정이 되게 해 주세요』 김종현(로베르토.중1)군은 매일같이 예수님께 기도한다.
나날이 수척해지고 얼굴이 검게 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종현군의 아버지 김교주(사도요한.45.대구대교구 선산본당)씨. 7년여 앓던 간경화가 최근엔 간암 초기로 발전했다. 신장도 탈이나 설상가상. 더 이상 치료가 안돼 간이식이 필요하지만 간의 일부를 제공할 사람이 없어 힘들어 하고 있다.
교주씨 동생이 간을 제공하겠다고 해 검사를 해보니 지방간, 아내 장기숙(아녜스.41)씨 간도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
실망에 실망을 거듭, 거의 자포자기 상태. 하지만 옥숙(마르치아나.고1)이와 종현이를 생각하니 섣불리 희망의 불을 꺼버릴 순 없다.
병 때문에 교주씨가 농협에서 퇴사한 것은 98년. 어렵게 모은 재산을 치료비로 모두 소진했다. 기숙씨가 두부 만들어 판 돈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치료비 걱정이 태산같다. 한달 치료비가 180여만원. 두부 판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 당장 적합한 간 제공자가 나타난다 해도 1억원 가까이 든다는 이식비용은 어떻게 마련할까.
『돈도 문제지만 우선 간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숙씨는 「돈 걱정」에 앞서 「간 걱정」을 먼저 한다.
『제가 새벽에 나가 밤 늦게 들어오니 집안 일이나 남편 병수발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못다한 부분을 다 해 줍니다. 설거지에다 청소, 빨래 등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너무 착하죠. 공부도 잘합니다』
그 와중에도 기숙씨의 「자식 자랑」은 끝이 없다.
제주도에서 건너와 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이 이렇게 덜컥 병이 나니까 암담하기만 하다.
이들 부부가 세례받은 것은 98년. 원래 「예수믿는 사람들과는 상종도 안했다」는 교주씨. 그러던 그가 대구대교구 왜관 석전본당 철야 기도회에 참가했다가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온 가족을 이끌고 입교했다 한다.
『레지오 단원으로, 구미 성서학교 학생으로 열심히 신앙을 키워 왔는데…고통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교주씨는 『물질이나 육체적으로 잃은 것은 많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더 성숙해 진 것 같다』며 『「하나를 가져가면 다른 하나를 주는」하느님의 공평하심을 깨닫고 있다』고 말한다.
선산본당 주임 하상범 신부는 『우리 주위에는 도움을 주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러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곧 주님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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