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성폭력상담소를 찾은 상담자 가운데 13살 미만 어린이가 전체의 12%에 이르고, 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책의 주인공 브리트처럼 가까운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 어린이는 전체 성폭행 피해 어린이의 80%를 넘는다.
특히 어린이 성폭력은 다른 범죄와는 달리 잘 아는 사람에 의해서, 잘 아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즉 안전한 사람도, 안전지대도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성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가르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부모들의 공통된 의견.
말로 설명하자니 왠지 쑥스럽기도 하고, 아이들이 제대로 이해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책자나 비디오 교재 등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생명 탄생의 과정이나 성별 차이를 설명하는 데 치우쳐있다.
이렇듯 어린이를 위한 올바른 성교육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다루기 까다롭고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의 민감성 때문에 성폭력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은 한 권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린이 성폭력을 정면으로 다룬 「슬픈 란돌린」은 이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책이다.
32쪽 분량의 그림과 내용으로 이뤄진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 브리트는 동물 인형 란돌린에게 말을 건네고, 수프를 끓여주는 천진난만한 유치원생이다. 하지만 브리트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하나 있다.
새아버지로부터 끊임없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통해 나타나는 양부의 성폭행 장면은 슬프고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브리트의 아픔을 지켜보며 도움을 찾던 란돌린은 마침내 저절로 말문이 열린다. 『그런 일은 일어나선 안 돼! 그 누구도 너에게 그래서는 안돼! 넌 인형이 아냐. 넌 껴안고 부비라고 있는 게 아냐. 나쁜 비밀은 털어놓아야 해. 그런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도움이 필요해』.
브리트는 란돌린의 충고에 이웃집 아줌마를 찾아가고, 아줌마는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 브리트는 오랜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해인 수녀는 추천의 글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한 줄기 빛을 던져 주는 이 그림책이 부디 많은 이들에게 읽혀져 우리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책 말미에는 「천주교 성폭력상담소 평화의 샘」 등 전문 기관의 연락처를 실었으며, 판매수익금 중 일부는 「아동성폭력피해자가족모임」의 기금으로 쓰여질 예정이다. (카트린 마이어/아네테 블라이 그림/허수경 옮김/문학동네 어린이/32쪽/8800원)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